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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성 남즈연구소, 수학·코딩 가르쳐주는 영문과 교수
  • 글쓴이 : 고대투데이
  • 조회 : 5105
  • 일 자 : 2022-12-31


남호성
(남즈연구소, 영어영문학과 교수)
수학·코딩 가르쳐주는
영문과 교수

남호성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일명 괴짜 교수다. 그는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음성학을 전공하다가 문득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일대 해스킨스 연구소Haskins Laboratories에서 시니어 과학자로서 발성에 대한 최첨단 연구를 진행하더니, 현재는 국내로 돌아와 고려대 영문과 교수로 인공지능 AI를 연구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수학과 코딩을 가르친다.



‘Top5 Korean Products of CES 2019’에 선정되었던 남즈연구소(미디어젠)의 음성인식 시스템.

남 교수가 이끄는 남즈연구소에 일하는 석·박사 연구원은 대부분 '문과’ 출신이다. 35명 중 영어영문학과, 국어국문학과, 교육학과 전공 연구원이 80%다. 모두 남 교수 지도 아래 코딩과 수학을 배웠고 데이터와 코딩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융합인재다. 그는 문과 출신 연구원을 가리켜 '공포의 외인부대’라고 표현했다. 남 교수는 “문과 출신이지만, 컴퓨터공학 전공자와 비교해도 지지 않거나 나은 면이 있다”며 “인문학 지식에 코딩, 수학 능력을 갖춰 창의적 문제 해결방법을 내놓기도 한다”고 했다. 남즈연구소에는 대학원생 외에 학부생들도 현재 6명이나 된다. 남즈연구소는 연구원을 뽑을 때 전공은 상관하지 않는다. 오직 개인의 차별화된 능력과 노력, 끈기,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슷한 사람 10명이 모여봐야 10개의 비슷한 생각이 나올 뿐이에요. AI연구는 창의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명 한 명 학생들의 개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가르치려 들면 안 됩니다. 교수와 학생 둘 다 정해진 틀은 없다고 생각해요. 교수 역시 마땅히 가야 할 교수의 길은 없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유지되어 오던 대학의 전통들을 남즈연구소는 사실 전면 부정하는 형태입니다. 전공에 따른 차별은 물론, 남자든 여자든, 학부생이든 대학원생이든, 고대생이든 고대생이 아니던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는 열려있습니다.”

‘수포자’였던 영문과 교수가 AI 연구

남즈연구소는 코스닥상장기업인 미디어젠의 기술연구소이다. 미디어젠은 국내 No.1 음성솔루션 업체로서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음성인식 시스템을 제공해 왔다. 남즈연구소는 언어관련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뿐 아니라 콜센터(신세계 쇼핑몰 등 다수), 키오스크(공항철도, 성동구청 등), 언어교육(폴리어학원 등) 등에서 쓰이는 음성인식, 음성합성, 대화처리 엔진을 개발 및 납품하고 있다. 특히, 남즈연구소는 수학과 코딩을 앞세운 융합 교육으로 인문계 학생들을 융합형 인재로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융합은 다양성을 인정할 때 가능합니다. 온전한 융합과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완벽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듯이, 학문의 융합을 위해서는 각각의 다양한 학문 분야의 깊이 있는 이해와 접근이 필요합니다. 물리학 전공, 전자공학 전공, 언어학 전공 등 각기 다른 전공자들을 그냥 한자리에 앉혀놓는다고 해서 저절로 융합이 이뤄지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 각자의 영역이 아닌, 타인의 영역에서도 전문가급 소양을 갖추어야 진정한 융합이 이뤄진다는 것이 남 교수의 생각이다. 결국 ‘중심이 되는 전공이 무엇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완전히 여러 학문을 체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남 교수는 독특한 교수법을 바탕으로 인문 전공자에게 IT를 직접 가르쳐 가며, 융합의 소양을 갖춘 이들을 길러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초 학문 수학
수학 모르면 시대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전담 과외를 진행하듯 1:1로 학생을 앉혀 놓고, 코딩과 수학에 대한 심도 있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친 학생은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학생에게 지식을 나누면서, 그 내용을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는 것이죠. 저는 경영이라는 말도 싫고 리더라는 말도 싫습니다. 어차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아니겠어요? 직원이나 학생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함께해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몇 년간 주말 밤낮없이 학생과 교수, 기업과 연구원이 너나 할 것 없이 실력향상에 힘쓴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남즈 연구팀이 가지고 있는 음성인식, 음성합성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남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서도 자체 개발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보유한 곳은 별로 없다”며 “코딩, 수학 실력을 바탕으로 인문학이라는 콘텐츠까지 갖고 있으면 더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남 교수는 2022년 초 영문과 교수가 수학과 코딩을 가르치고 AI 기술까지 개발한 사연을 담아 올해 초 《수학을 읽어드립니다》(한국경제신문)를 출간했다.

“저도 고등학생 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였어요.” 보통의 문과생들처럼 수학이 싫어 문과를 택했던 그가 수학과 다시 마주한 것은 대학에서 음성학이라는 분야를 접하면서다. 음성학에서는 말을 글자 단위, 발음 단위로 쪼개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수학적 기법을 활용한다. 다시 만난 수학은 고교 때 알던 수학과는 달랐다. 공식을 달달 외울 필요가 없고 복잡한 계산도 하지 않아도 됐다. 남 교수는 “사람 말소리의 높낮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사인, 코사인 곡선이 나온다”며 “고등학교 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배웠던 수학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깨달았다. 수학은 그저 세상일을 수식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구나. 깨달은 것은 또 있었다.

그는 “문과를 택하면서 수학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수학을 공부할 권리를 박탈당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학을 알게 되자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며 “두 눈 외에 또 하나의 눈이 새로 생긴 것 같았다”고 했다. 남 교수는 “전공과 상관없이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 수학인데, 수학을 모르면 시대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남즈연구소의 음성인식, 음성합성 기술이 적용된 철도 승차권 자동발매기.

다양한 사람들과의 결합보다
내 안의 다양성을 깨우는 것부터

수학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고 배운다는 것은 단지 수포자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넘어 앞으로 살아갈 세상과 자신의 인생 앞에 결코 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도대체 무슨 소용일까 싶을 때 그 유용성과 가능성을 몸소 실천해 보이고 있는 남 교수의 조언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그 누구라도 수학은 무조건 어렵고 복잡하고 머리 아픈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새롭고 친숙한 시각으로 ‘수학’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은 기계를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에요. 결국 ‘사람’을 만드는 것인데 현재의 인공지능에는 ‘사람’이 없어요. 사람은 옆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인문학을 하는 사람이 인공지능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남호성 교수는 인공지능을 더 사람답게 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자가 만들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제자들에게 "인문학을 하는 우리는 인공지능의 빼앗긴 소유권을 공학자로부터 찾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술을 배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 수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5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만 할 것 같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4차가 사람을 닮은 기계를 만드는 시대라면 5차는 기계를 닮은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 다양성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훨씬 더 빛나게 해준다. 수학은 어렵다는 편견, 문과생은 AI연구를 할 수 없을거라는 차별을 남즈연구소는 다양성으로 풀어냈다.

“한사람 안에서도 융합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는 융합이라는 건
각각 다른 전공이 합쳐져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협업이죠.”

또한 남즈연구소는 연구개발과 학습이 경계없이 이뤄진다. 융합교육과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다. “한 사람속에서도 융합이 일어나는데, 저는 융합이라는 건 각각 다른 전공이 합쳐져 융합이 일어나는 게 아니고 저는 그건 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은 한사람이 여러 개를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신학, 철학, 수학, 천문학, 공학 공부를 다 했어요.

그런 관점에서 다양성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 안의 다양성, 내 안의 다양성을 깨우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