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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디지털로 돌아오는 조선시대 육의전과 훈민정음
  • 글쓴이 : 커뮤니케이션팀
  • 조회 : 4894
  • 일 자 : 2015-03-17


디지털로 돌아오는 조선시대 육의전과 훈민정음

고려대-한국학중앙연구원, 日교토대 ‘가와이 문고’ 인터넷 공개 

 

 

 

 


시민등록1 시민등록2


일본 교토(京都)대가 소장한 가와이(河合) 문고 중 ‘시민등록(市民謄錄)’ 표지(좌)와 속지(우).

이 책은 조선시대 경제생활을 생생하게 담고 있어 조선경제사 연구에 필수자료로 꼽힌다. 


 

 

“어물전(魚物廛) 상인들이 아룁니다. 우리는 예부터 종로대로 옆에서 300여 년을 아무 걱정 없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난전 무리들이 집단을 이뤄 골목 곳곳에서 난매(亂賣·자유로운 상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비변사는 형세상 갑자기 난전을 폐지할 수는 없다면서 어물 생산량의 4분의 3은 저희가, 4분의 1은 신전(新廛·난전)이 취급하도록 했습니다. 또 요역(요役·세금)은 3분의 1은 저희가, 3분의 2를 난전이 부담토록 했습니다. 이에 난전 상인들이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미 결정된 대로 시행하옵소서.”

 

조선 숙종 41년(1715년) 한 어물전 상인이 육의전과 도량형, 물가를 관장하던 평시서(平市署)에 올린 청원서 내용이다. 조선 후기 시장이 확대되면서 육의전 독점체제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과정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청원서는 일본 교토(京都)대가 소장한 가와이(河合) 문고의 ‘시민등록(市民謄錄)’에서 최근 발견됐다. '시민등록'은 평시서의 업무기록을 모은 문서다. 조선경제사 연구에 필수자료로 꼽히는데 현재 국내에는 없고 가와이 문고에만 남아 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해외한국학자료센터는 일본 교토대 부속도서관과 가와이 문고에 대한 공동 조사와 인터넷 공개에 최근 합의했다. 고려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다음 달부터 2018년까지 4년에 걸쳐 고서 300∼400종, 고문서 2000여 점의 원문 이미지를 인터넷에 순차적으로 올릴 예정이다. 

 

가와이 문고는 일본인 조선 사학자인 가와이 히로타미(河合弘民·1873∼1918) 박사가 일제강점기 수집한 조선시대 고문헌 자료들로서 가와이 박사는 1898년 도쿄제국대를 졸업하고 1907년 동양협회전문학교(현 다쿠쇼쿠대) 경성분교장으로 서울에 왔다. 그는 당시 조선 경제사를 연구하면서 관련 고문서를 모은 뒤 교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세훈민정음


▲ 경세훈민정음

‘혁혁(奕奕)하도다. 세종이시여! (중략) 성음과 음률이 배합돼 글자를 만들고 종성(終聲)으로 조화를 이뤄 질서 있게 조직됐다.
닭과 개의 울음소리를 모두 형용할 수 있고 부녀자들과 백성들도 열흘이면 깨칠 수 있다.’

 

 

 

가와이 문고에는 18세기 초반 명곡 최석정(1646∼1715)이 쓴 ‘경세훈민정음(經世訓民正音)’도 들어 있다. 15세기 간행된 훈민정음해례 이후 가장 앞서는 훈민정음 연구서로 국내외를 통틀어 오직 한 권뿐이다. 당시 주자 성리학을 신봉한 노론계 학자들은 중화사상에 입각해 우리 한자음을 중국어 원음에 가깝게 교정하려고 했다. 이에 최석정은 “조선의 한자음(東音·동음)이 오랑캐의 잦은 외침으로 변질된 중국음보다 중화에 더 가깝다”며 “훈민정음이 이상적인 정음(正音)을 복원하는 데 탁월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해외한국학센터는 '경세훈민정음'의 의미에 대해 18세기 최고(最古) 연구서로 분류됐던 신경준의 훈민정음운해(訓民正音韻解·1750년)보다 40년가량 앞서는 책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영미편
설명2
 

이운영은 영미편을 읽은 사람이 허리가 끊어지도록 웃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할 정도로 해학적인 사람이었다. 이운영은 최윤재라는 전라도 순창현의 아전이 부상을 당하자 관기를 가해자로 지목하여 관찰사에게 올린 고소를 둘러싸고 일어난 갈등을 <순창가>라는 가사로 적을 정도로 문제적 인물이다.

<영미편>은 그동안 서명은 알려져 있었는데 실물의 존재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운영의 장자 이희연(李羲淵)의 인장(“韓山李氏羲淵士靖”)이 찍혀 있어 이운영(李運永, 1722~1794)의 수고본(手稿本)이거나 이에 가까운 필사본일 가능성이 높은 국내외 유일본이다.

이운영은 한산 이씨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14세손으로 18세기의 노론 벌열 경화사족이다. 이운영은 1781년 3월 27일 경 충청도 황간의 유배지에서 이 책을 저술하고 인근의 지명을 따라 서명을 정하였다. 이운영은 여항의 이야기와 자신이 예전에 겪은 일을 기록하였는데 다른 필기, 야담 문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18세기 문학사를 풍부하게 하는 자료가 된다

 

 

 협약식체결사진

▲ 좌측부터 박영민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연구교수, 가나이 간이치로 교토대 부속도서관 정보서비스과장,
아카자와 히사야 교토대 부속도서관 정보서비스과장보좌, 정우봉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장, 시마 후미코 교토대 부속도서관 정보관리과장,
김문경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는 이미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UC버클리) 동아시아도서관이 소장한 한국고문헌 자료의 디지털화를 완료하여 국내외 연구자 및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http://kostma.korea.ac.kr/riks)

 

또한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 동양문고 소장 한국고문헌 자료의 디지털화를 완료하여 국내외 연구자 및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현재는 동경대학 오구라문고, 오사카부립 나카노시마도서관과 정식 협정을 체결하고 각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고문헌을 조사정리하고 있다. 이번 해외한국학자료센터와 경도대학 부속도서관 및 인문과학연구소의 협정은 해외한국학자료센터가 그동안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체결하게 된 다섯번 째 결실이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해외한국학자료센터는 명실상부하게 국내에서 해외 소재 한국고문헌 자료조사의 중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기관에서 일부 자료를 영인해 복제물을 제작하거나 개인 연구자가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일부 열람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기관 대 기관 사이의 협정을 통해 소장 자료 전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해외한국학자료센터의 사업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협정 체결로 해외에 있는 우리 고서의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해외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고문헌 자료를 보기 위해서는 개인이 직접 찾아가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설령 볼 수 있다고 해도 자료를 촬영하거나 복사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해외한국학자료센터에서 제공하는 원문이미지는 고화질로 촬영하여 인터넷으로 실물에 가깝게 책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연구자나 일반인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자료를 손쉽게 열람하며 고문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팀 서민경(smk920@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