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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불빛으로 더불어 살며, 나누며 - 중앙교육동아리 운화회
  • 글쓴이 : 고대 TODAY
  • 조회 : 1539
  • 일 자 : 2020-02-14


The Bright Youth
구름과 불빛으로 더불어 살며, 나누며
중앙교육동아리 운화회

 


1967년 의과대학 학생들이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봉사하리라는 마음으로 설립했던 중앙교육봉사동아리 운화회는 종로야학사와 반디공부방사, 두 갈래 역사의 줄기를 갖고 있다. 시대의 필요에 따라 도시 노동자를 교육하던 이들이 90년대에 들어서며 청소년의 교육과 보육에 힘쓰는 공부방 교사가 되기까지 이들을 만나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한 이들은 셀 수 없다. 지금도 여전히 ‘함께 삶’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운화회인들은 성북구 길음동에서 누군가의 길을 밝게 비추고 있다.

성북구 길음동의 한 건물 2층, 반디공부방의 불빛이 환하다. 이곳은 스물 남짓한 청춘들이 모여 53해된 운화회 활동을 이어가는 터전이다. 1967년 의과대 학생들이 뜻을 모아 만든 교육봉사동아리 운화회는 69년부터 정식으로 종로야학을 운영했다. “지금 저희가 만나는 최초의 동아리 선배는 69학번이에요.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종로야학을 시작하면서는 다양한 전공을 지닌 선배들이 모여 종로지역의 빈민 아동이나 구두닦이 생계를 직접 책임져야만 했던 청소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한 거지요.”

현재 회장을 맡은 고도연(영어영문학과 18) 학생의 말 이다. 그는 매년 초 1학년들을 신입회원으로 선발하며 그간 운화회의 역사는 물론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설명하는 세미나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이어 연구수업과 타 공부방 탐방, 농활 등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모두 마쳐야만 신입회원들은 정식 교사로서 실질적인 교육활동에 나설 자격을 갖는다. 학기와 방학 구분 없이 매주 1회의 교무회의와 많게는 이틀 정도 개인 시간을 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운화회 교사에게는 남다른 각오가 선행돼야하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목표는 종로지역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었다고 해요. 한편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이 활발했던 7~80년대에 들어서자 검정고시 보다는 정치적 색채를 띤 야학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 고요. 방향성 논쟁이 일자 운화회는 검정고시 야학에 중점 을 둔 운화회와 노동야학을 주장한 새벽광장으로 나눠졌고 93년도에 정식 교육동아리로 가입하기까지 야학체제 논쟁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고 해요. 그 복잡한 역사를 세세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50년넘게 운화회를 지켜온 선배들의 노력을 헤아릴 수 있고, 그 뒤를 이어 우리가 해낼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할 힘도 생깁니다. 또 야학을 운영했던 선배들은 졸업 후 운니회를 만들어 모임을 꾸준히 이어 가고 계신데요. 매년 새해에는 선배들과 교우회장단, 졸업 생들이 나누는 지난 소회를 들을 때마다 뿌듯함과 동시에 책임감이 밀려오기도 하지요. 그러니 운화회 활동에는 단순한 동아리 활동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는 거지요.”

사회에, 타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며 야학이 설 자리를 잃자, 운화회는 기존의 활동을 폐지하고 공부방 운영을 시작했다. 물론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하고, 새로운 교육방침을 마련하며, 교사를 유치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잇따랐다. 2005년에는 청량리 청소년 독서실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재단과의 마찰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결국 선배들의 후원으로만 독자적인 공부방 공간을 마련해 지금 자리한 이 길음동에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해요. 고려대 안에 수많은 교육봉사동아리가 있지만 자치적으로 동아리방을 운영한다는 유일성과 특수성을 획득한 것이지요. 한편 성북구청과 정식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해 구청에서 지원을 받은 형태를 갖췄고요.”

“수업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월~목요 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국어, 수학, 과학, 사회 4과목을 운영하고 있어요. 금요일에는 보충수업을 진행하고요. 학 생들을 모집할 때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성북구청이나 주민 센터, 인근 학교에 연락을 취하거나 직접 중학교 선생님을 만나 추천을 받습니다. 중학교 학년 단위로 대개 5-6명과 관계를 맺으며 졸업까지 교육과 보육을 담당하지요. 교실 자체가 넓지는 않아 수용 인원이 많지 않지만 아이들과 멘토-멘티를 맺으며 교육 외적으로도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커리큘럼은 학교 교과과정을 따르되 수준 차이를 고려해 분반수업을 진행한다. 2019년 수업을 맡은 19학번 교사는 총 13명.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시험을 치르지 않는 1학년 수업을 진행할 때는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도록 실험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시험기간에는 내신 위주로 문제풀이에 집중하는 등 다양화했다. 손수 교재를 만들기도 하고, 테마학습과 개인상담 등 학업적인 태도를 증진하는 데도 힘쓴다. 공부방 졸업 후에도 아이들이 성장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엄규식(국어교육과 19) 학생은 “저는 반디 청소년 공부방의 시간표 관리나 일정 조절, 월말교사 편집 등 모든 업무를 집행하고 총괄하는 대표교사를 맡고 있는데, 스스로의 한계를 느껴 속상하기도 했어요. 교육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보다 학습계획이나 학부모 상담 등 실무적인 교육 행정 부분에서 오는 어려움을 매번 느끼거든요. 하 지만 내가 선생이니 늘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을 털어놓자, 학습 태도가 좋지 않던 학생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됐지요. 거기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앞으로 교육과 행정의 균형을 맞춰가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저의 모습도 기대하고 있습니다”라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일주일 내내 공부방 운영 계획에 골몰한다는 그다.

한편 박종수(보건환경융합과학부 19) 학생은 과학교사로 지내며 실험이나 체험학습 등을 진행하는 등 운화회 활동을 통해 남다른 재미를 누리고 있다. “학생으로만 지내다 교사가 돼보니 ‘아, 날 가르치시던 선생님들이 이런 심정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종종 찾아옵니다. 학과 수업을 들을 때 전보다 더 공손해지기도 하고요”라며 웃음 짓게 하는 그는 사실 깊은 고민 없이 운화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보다 정 깊은 교사로 변모한 그는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된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영향을 전해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모름지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변화를 이끄는 과정이기에, 이제 갓 스무 살 청년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함께 자라나는 중이다.

운화회의 운화(雲火)는 성경에서 유래했다. 가나안으로 이동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 기둥으로’ 인도한 신의 보살핌에서 착안을 얻어 ‘밤낮 구분하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운화회 소속 재학생들은 1967년 근로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언젠가 이 동아리가 사라지는 그날을 위해 지금 가르치자”던 선배들의 열정이 52년의 시간을 거쳐 자신들에게 이어진 것이 자랑스럽단다. 그리고 그 자신도 이제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 그 시간을 이어간다. 때로는 구름으로 쏟아지는 태양빛을 가려주고, 때로는 불빛으로 앞날 을 밝혀주는 이들은 오늘도 더불어 살며, 나누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팀
Tel: 02-3290-1063 E-mail: hongbo@korea.ac.kr 수정일자 : 2020-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