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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
  • 글쓴이 : 고대투데이
  • 조회 : 550
  • 일 자 : 2022-05-06


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 물리 80)
그럼에도 지구는 돌고 나는 과학을 하겠다

1986년 혈혈단신 낯선 땅 미국에서 물리학 박사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뒤 그녀는 한국인 최초로 1997년 젊은 과학자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미국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06년엔 미 항공우주국(NASA) 그룹 업적상을 받았다. ‘APS FELLOW’ 미국 물리학회 석학 회원인 그녀는 바로 천체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다. 하는 일마다 최초의 역사를 쓰는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우주의 신비에 다가서는 물리학자로서 매일 새로운 호기심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활약하는 여성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호모 사이언스’라는 책을 펴내며, 자신의 연구와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한국에 전했다. 이에 본지는 자랑스런 한국인이자 고대인인 서은숙 교우를 서면으로 만났다.

서은숙 교수는 2014년 워싱턴 포스트 주간지 표지모델에 선정돼 화제가 되었다.

거의 40여년을 과학자로서 꾸준하게 한 길을 걷고 계신 데 흔들림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그런 도전은 계속 있었지요. 학창시절엔 본인이 하는 전공을 하는 게 잘하는 일인지 회의도 들고 불확실한 전망으로 갈등도 하기 마련이지요. 학문으로서 물리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은 있을 수 있으나 나중에 뭘 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기만 했지요. 주변에서는 과학을 하고 싶으면 의대를 가서 의사가 되는 게 낫지 않냐고 하거나 여자가 왜 물리를 하냐는 둥 그럴듯한 논리로 설득을 하였으나 모든 회의와 갈등 속에도 알고 싶은 호기심과 물리를 해야만 한다는 열정을 꺾지는 못했어요. 회의와 갈등을 거치면서 오히려 물리를 해야만 한다는 믿음은 더욱 견고해졌지요. 그건 calling 같은거라고 할 수 있어요.

우주의 신비에 다가서는 천체물리학의 세계

과학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리학의 매력은 몇 가지 기본원리를 적용해서 복잡한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간결한 논리예요. 이 방대한 우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것은 무모하리만큼 큰 도전이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그 어려움 또한 과학의 매력이지요.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지식은 인류와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믿음이 있구요.

과학은 실험적 관찰과 측정에 근거한 증거를 사용하여 현상의 원리를 밝히며 보통 반복된 실험을 통해 재현성이 확보되어야 정설로 인정이 되지요. 따라서 검증 과정이 길어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측정은 점점 더 정확해지고 우리의 이해도는 그만큼씩 높아지지요. 인간의 한계 내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겠어요?

“과학을 한다는 건 지속적인 사고의 과정이지요. 연구를 통해 하나의 문제를 풀고,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호기심과 열정의 연속이지요. 방대한 우주의 모든 문제를 다 풀고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과정을 통해 우주, 인간,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게 되는거지요.”

최근의 천체물리학에서의 화두는 무엇인가요?

최근 천체 물리학에서 이루어 낸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우주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우주의 95% 정도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물질은 5%도 채 못 되거든요. 암흑 에너지는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여 우주를 팽창시키는 에너지이고 암흑 물질은 중력은 있는데 전자기 반응을 하지 않아서 어떤 망원경으로도 볼 수가 없지요. 그에 존재성 이외엔 아직 정체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이론적으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 입자가 서로 부딪히면서 측정할 수 있는 우주선이 발생할 수 있기에 많은 과학자는 실험으로 그 증거를 찾고 있지요.

우주로 쏘아 올린 벌룬

연구를 하면서 바라본 가장 아름다운 광경, 잊지 못할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을까요?

수년간 열심히 개발한 장비를 우주에 발사하는 순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격적이지요. 해산의 기쁨과 비교할 만한 잊을수 없는 순간이지요. 메릴랜드 대학에 고에너지 우주선 검출기를 개발하는 새로운 실험실을 구축하고 크림(Cosmic Ray Energetics And Mass) 프로젝트를 시작했었지요. 팀을 구성하고, 입자 검출기를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전 과정을 주도한 총책임자로서 첫 발사 날은 특히나 감격적이었어요.

“거센 바람과 눈 폭풍이 잦은 남극 대륙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과 눈 폭풍이 마술처럼 사라지고 축구장 크기의 벌룬이 3톤 정도 되는 장비를 가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은 기적을 보는 듯한 아름다움이고요.”

수년에 걸처 남극대륙에서 7번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후 우주정거장에 ISS-CREAM (아이스크림이라 발음)을 탑재하게 되었는데 이를 위한 스페이스-X 로켓 발사 역시 잊지 못할 순간이었지요.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로켓 발사를 보는 일은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라 알려져 있고 그 현장에서 보는 사람은 누구든지 감탄사가 절로 나는데, 본인의 피와 땀이 담긴 탑자체를 싣고 하늘로 치솓는 그 장엄한 광경은 말로 할 수 없는, 가슴이 벅찬 순간이지요.

남극에서 크림 프로젝트 연구자들과 함께.

교수님께서 연구하는 대상이 우주에 있다보니, 문득 교수님께서는 밤하늘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실지 궁금합니다.

나는 하늘 보는 걸 무척 좋아해요. 우리 집에서는 아침에 해 뜨는 것과 저녁때 해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사람이 그린 어떤 그림보다 아름답게 나의 창을 장식하는 노을을 보면서 날마다 감사하지요.
밤중에 창문을 두드리는 달빛은 나의 정다운 친구이고, 밝은 샛별은 볼 때마다 그 뛰어난 미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구요. 재작년 겨울엔 목성과 토성이 점점 가까워져서 하나의 별처럼 보이는 목성과 토성의 대결합이라 불리는 현상이 있었어요. 며칠간 이 행성들의 행진을 보면서 저렇게 동방박사들을 예루살렘으로 인도할 수도 있었겠구나, 그래서 크리스마스 별이라고도 불리우는구나 생각했고 그걸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발사 차량이 CREAM 장비를 운반하여 축구장 크기의 벌룬에 연결하고 벌룬을 발사하기 위해 벌룬에 헬륨 개스를 채우는 중이다.

CREAM 검출기

마음의 고향, 고려대학교

대학시절의 추억, 교수님에게 고려대학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고려대학교에 입학했던 1980년도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했고 사회적 갈등이 심했었어요. 많은 학생운동과 반정부 시위도 있었고요. 개인의 안위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지요. 혼란스러웠던 사회적 상황은 당시 학생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고. 저 역시 선후배 동기들과 끝없는 토론을 하기도 했으며, 수많은 밤을 고민으로 지새우기도 했지요. 이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내가 해야 할 바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등을 배웠는데, 이러한 것들은 학과 공부에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봐요.

“교가에 고려대학교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지요. 재학시절에는 아마 무슨 뜻인지 잘 모를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에 공감하게 되지요. 40년이 지나도 교정이 눈에 선하고 그때 당시의 나로 돌아가 그 따뜻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너무나도 정겨운 “우리학교”. 고려대학교의 교훈인 자유, 정의, 진리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중요한 나의 일부라고 할 수 있고요.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교우는 언제나 든든하고 의지가 되지요.”

재학 당시 연례행사인 고연전에선 경쟁의 승패보다 그 과정에서 전교 학생들이 하나가 되는 힘이 얼마나 큰지 체험할 수 있었지요. 이러한 경험은 미국에서 공동연구를 통한 프로젝트를 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물리학의 발전에 따라 이제 한 개인이 간단히 할 수 있는 과제는 거의 사라졌고,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연구를 하는 경향으로 바뀌었어요. 과학자와 기술자는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은 고양이 떼를 모으는 것같이 어렵다고 해요. 특히 언어와 문화가 다른 여러 나라 사람들로 국제 공동연구팀을 만들고, 함께 공동 과제를 해내야 할 때면 소통이 더 중요해지고 이때 필요한 것이 팀워크지요. 사회생활에 기본인 팀워크는 교과과정엔 없었지만, 대학 시절에 가장 많이 습득할 수 있었다고 봐요.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 계신가요? 또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셨다고요?

그 당시 물리학과에 열 분의 교수님이 계셨는데 모두 미국이나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하신 훌륭한 분들이셨어요. 유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롤 모델이셨지요. 생각보다 자주 찾아 뵙지 못하지만 그 열악한 연구환경에서도 저희를 잘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께 항상 감사드려요.
좀 예외적인 일화는 TV에도 출연하시는 유명한 교수님 한 분이 계셨는데 강의에 늦는 학생은 푸쉬업을 하도록 벌을 주셨어요. 아마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거예요.

저의 석사 지도 교수님이셨던 김종오 교수님은 언젠가 회식을 하면서, “누군가는 우주선 물리 연구를 해야 해”라고 하셨는데 그게 제가 될 줄은 몰랐지요. 그리고 그 당시에 물리를 하면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때는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물리를 하면서 정말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물리과에 사진 동아리인 ‘암실’에서 활동했었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카메라를 메고 산천을 다니기도 했고, 레이저로 광학 실험을 해 회절이나 간섭 등의 사진을 찍고 주기적으로 전시회도 열기도 했어요. 물리 실험장비가 취약했던 시절에 사진 현상과 인화를 직접 체험하며 광학실험을 제대로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지요.

내 마음의 소리, 그리고 가슴이 알려주는 길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꿈과 도전에 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새 학생들은 취업도 어렵고 무슨 꿈을 가지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들 하는데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또 걱정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본인의 소리를 잘 들어 보기 바래요. 꼭 승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모해 보일 수도 있고 어리석은 선택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해야만 한다고 믿어지는 일이 있을 거예요. 머리로 계산해서가 아니라 가슴이 알려주는 길이지요.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시작해야겠지요. 어렵기 때문에 더욱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아마도 주변의 많은 요인들이 꿈을 좌절시키려고 할 거예요.

“쉬운 길이라서가 아니라 꼭 해야만 하겠다는 사명감 같은 열정이 있다면 어려운 길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어요. 천재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요. 선택한 길을 가는 즐거움을 누리기 바라요. 스스로 자질이 없다고 낙담하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