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EP(International Student Exchange Program)은 1979년 설립된 국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56개국에 300개 이상의 회원교가 있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 54,000여 명의 학생들이 ISEP Exchange나 Study Abroad에 참여해 값진 경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ISEP를 통해 어떤 세상을 만나고 있을까? 세계 각지로부터 도착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보자.
김경민(사이버국방학 20)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 보고 싶어서 교환학생에 지원했어.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VU)는 사이버 보안 분야에 강한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직접 질문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 고대의 CyKor처럼 VU에도 vubar라는 교내 해킹 팀이 있어서 vubar의 멤버로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어. 교환학생들은 기숙사 캠퍼스에 살아. 학교에서 기숙사 계약을 중개해 준다는 건 큰 장점이야. 다양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데 기숙사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한인 마트가 있어. 최고지? 캠퍼스 내 체육관에서 다양한 스포츠 레슨을 제공해서 나는 한국에서 했던 펜싱을 하고 있어.
시간이 나면 암스테르담 센트럴에 가. 운하를 따라 늘어선 건물들이 예쁘거든. 반 고흐 미술관 앞은 인기 있는 피크닉 장소야. 네덜란드는 유럽 중심부에 있어서 여러 나라에 쉽게 갈 수 있어. 얼마 전엔 오로라 헌팅을 위해 스웨덴 키루나에 다녀왔어. 하지만 여행을 너무 많이 다니면 학교 생활이나 친구들과 보낼 시간이 줄고 여행의 감흥도 옅어지는 게 아쉽더라고. 이젠 남이 제안하는 여행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을 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
교환학생 생활을 하러 올 땐 목표를 정하길 권할게. 목표는 변할 수 있지만 최소한 뭘 원해서 왔는지 기억한다면 지칠 때 힘이 될 거야.
(왼쪽부터) 기숙사 전경, 오로라 헌팅을 떠난 스웨덴 키루나에서
황혜림(국제학 21)
내가 캐나다와 맥길대학교를 택한 건, 안전한 환경에서 영어와 불어를 배울 수 있고, 취미인 아이스하키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어.
몬트리올은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10-15도일 정도로 매우 춥지만, 겨울 스포츠를 사랑하는 나에겐 완벽한 도시였어. 교내 스포츠 리그 아이스하키 경기에도 참여하고, 피겨 스케이팅 수업도 들었어. 다만, 겨울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은 나처럼 즐기지 못할 수 있어서, 기후적인 면도 잘 맞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어. 그리고 외국어 프로그램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도 인상적이었어. 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는 걸 실감했지.
여기는 외식 비용이 많이 들어서 주로 직접 해 먹었어. 지난 4개월 동안 만든 음식이 한국에서 20년간 했던 요리보다 더 많은 것 같아. 대신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캐나다 북서부 옐로나이프의 영하 40도 추위 속에서 쏟아지는 별과 오로라를 본 기억, 밴프의 로키 산맥에서 스키를 타고, 언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대자연을 느낀 시간은 정말 꿈 같았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곳의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거웠어. 교환학생을 통해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에 적합한 학교를 선택한다면 최고의 경험을 얻을 거라 생각해.
(왼쪽부터) 친구와 함께 설산에서 눈을 던지는 모습, 오로라가 뜬 하늘 아래에서
김주연(자유전공학부 경제학 20)
교환학생을 다녀온 선배 이야기를 듣고 4학년 마지막 학기에 오게 됐어. 나바라 대학교는 캠퍼스가 아주 크고 스페인에서 좋은 대학으로 손꼽히는 곳이야. 교환학생에 대한 관리 시스템도 훌륭해서 입학 전 주거문제부터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챙겨 주셨어. 교환학생과 현지 학생이 만날 수 있는 행사도 많고 버디들이 일대일로 적응을 도와주기도 해. 수업은 영어로 하고 추가로 스페인어 회화 수업을 듣고 있어.
외식 물가는 비싼 편이라 주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 한국 학생들과 미니 밥솥을 사서 김밥, 잡채, 떡갈비 등 한식을 잘 차려 먹고 있어. 유제품이나 고기, 올리브유가 저렴하고 맛있어서 자주 먹어. 부활절 봄 방학에는 배낭 하나 메고 모로코와 스페인 남부 5개 도시를 도는 여행을 다녀왔어. 지금까지 프랑스, 영국, 아이슬란드 등을 다녀왔고 귀국 전까지 튀니지,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체코 등을 여행할 예정이야. 스페인 사람들은 참 열정적이고 친화력이 좋아.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네덜란드 친구 감제는 종강하고 네덜란드 본가로 나를 초대해 주기도 했어. 모로코 여행을 함께 다녔던 가나 친구 아넬, 케이팝에 관심이 있는 프랑스 친구 안나 등등 언어는 달라도 손짓, 눈빛으로 이해하고 함께 웃는 소중한 친구들을 얻었어.
혹시 교환학생으로 가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고민하고 있니? 나도 막학기로 왔는데 나랑 동갑인 친구들이 절반이었다는 사실. 가고 싶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얼른 준비하길 바랄게. 후회하지 않을 거야.
(왼쪽부터) 수업을 듣던 강의실, 현지에서 관람한 축구 경기
조소현(영어영문학 21)
4학년이 됐지만 여전히 학교와 가족 테두리 안에 머물러 의존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자립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하며 지원했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싶은 맘에 결심했지.
우리 학교는 스페인 빌바오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사립학교야. 규모는 작지만, 강의실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이 보이는 환상적인 학교지. 학생들의 토론과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수업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 처음 의견을 말할 때 집중되는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런 집중이 관심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는 걸 느끼고 나니까 의견을 내는 데 익숙해지더라. 버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현지 친구들,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바다 여행, 핀쵸 투어 등 매달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 버디가 내년 봄 학기에 고대로 교환학생을 오게 되어서 서울에서 함께할 계획도 세우고 있어.
외식 물가가 높아서 식사는 주로 해 먹으면서 식비를 줄이고 여행에 투자하는 편이야. 3개월 동안 런던, 보르도, 발렌시아, 리스본 등에 다녀왔고 방학에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하지만 곧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에 빌바오에서의 일상을 더 소중히 즐기고 있어.
교환학생은 외국 생활을 하며 가족, 친구 그리고 일상의 기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기도 해. 생각이 있다면 주저 없이 도전해 보길 바라.
(왼쪽부터) 현지 친구들과 함께,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정동인(물리학 19)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타바버라(UCSB)는 LA에서 조금 떨어진 해안가에 있는 학교야. 일 년 내내 따뜻하고 학교 안에 해변이 있어 시간이 나면 서핑을 즐기기도 해. UCSB는 우수한 이공학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해. 난 학부 연구생으로 공부하고 있어. 연구실 선배, 교수님도 그냥 서로 이름을 부르는데 처음엔 굉장히 낯설었어. 하지만 서로 호칭이 편하다 보니 내 의견을 표현하는 데 자신감이 생기더라.
얼마 전에는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 캐니언 쪽으로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는데 미국이 정말 큰 나라라는 걸 실감했어. 숙소는 기숙사 아파트에서 나 포함 7명이 같이 지내고 있어.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했는데, 같이 파티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금방 친해졌어. 현지 친구들 특징이라면 다들 운동을 정말 좋아한다는 거. 여건이 잘 갖춰져 있기도 하지만 운동 자체가 생활화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친구들 따라서 나도 수영이나 테니스, 야구 등 활동적인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
교환학생 생활은 삶에 쉼표를 찍어 볼 기회인 것 같아. 그동안 정말 바쁘게 살았잖아. 다른 나라에서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나를 바라본다면 훨씬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거라 확신해.
(왼쪽부터) 수업을 듣던 강의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