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후반, 음악을 좋아하는 학우들이 피아노 앞에 둘러앉아 연주를 나누며 시작된 TTP는 2000년도에 정식 중앙동아리로 등록되어 25년 넘는 역사를 쌓았다. 학기마다 열리는 정기연주회는 동아리의 상징이자 축제와도 같은 시간. 가을이 물들기 시작한 9월에 열린 제50회 정기연주회에서 TTP 부원들을 만났다.
Q. TTP는 어떤 동아리인가요?
영민 TTP(Talk Through Piano)는 '고대 음대'라 불릴 만큼 진지한 피아노 애호가들이 모인 공간이에요. 부원들의 전공은 다양하지만, 매 학기 정기연주회를 열고,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스태프나 사회자로 무대를 함께 만들어갑니다. 동아리방은 24시간 열려 있어 언제든 피아노를 치거나 음악을 나눌 수 있죠. 피아노 리사이틀을 단체로 관람하거나 거리에 피아노가 있는 곳에서 함께 버스킹을 하기도 해요.
Q. 피아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영민 고등학교 자습실 옆 음악실에서 몰래 피아노를 치며 스트레스를 풀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쇼팽의 '흑건' 편곡 버전을 완주한 뒤 성취감을 느끼면서 본격적으로 빠져들었죠.
재영 초등학교 때 정기적으로 열리는 피아노 발표회에서 관객의 큰 환호를 받은 후 피아노가 좋아졌어요. 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니며 피아노와 멀어졌지만 대학에서 다시 가까이하고 싶었어요.
채원 대입 준비 시기에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을 찾다가, 다양한 음색을 내는 클래식 피아노 작품들을 즐겨 듣게 됐어요.

Q. 제50회 정기 연주회를 마친 소감은?
별 연주자와 사회자를 맡아 준비한 과정과 무대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후회를 남기지 않아 후련합니다.
재영 태어나서 피아노를 가장 열심히 친 3개월이었어요. 취미에 이렇게 몰두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경험 자체가 처음이라 소중해요.
채원 저는 떨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제 몸은 그렇지 않았나 봐요. 평소에 전혀 실수하지 않던 부분에서 페달을 잘못 밟아 당황했거든요. 다시 템포를 고르고 연주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연주회가 끝나고서 어떤 관객분이 "처음 뵙지만 연주 너무 잘 들었어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Q. 연주 레퍼토리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재영 들었을 때 와! 하는 포인트가 있는 곡을 골라요. 요즘은 감정이 풍부한 곡들을 찾고 있어요. 고학번으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이런 걸까요···.
승주 내가 진짜 좋아하는 곡인지가 가장 중요해요. 좋아해야 오래 연습할 수 있거든요.
Q. 좋아하는 음악가는 누구인가요?
별 베토벤을 좋아해요. 삶의 서사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그의 작품들이 매력적이고, 언젠가 꼭 후기 작품 중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승주 니콜라이 카푸스틴요. 클래식 구조 안에 재즈의 자유로움이 담긴 그의 스타일이 매력적이에요.
채원 본인의 감정을 모조리 작품에 투영한 쇼팽의 음악을 즐겨 들어요. 쇼팽을 가장 깨끗하게 들려주는 연주자로는 디누 리파티를 꼽고 싶어요. 20세기 연주자라 '지직'거리는 음향도 감성을 살리죠.
Q. 피아노 배틀이 열린다면 어떤 곡으로 참가하고 싶나요?
승주 카푸스틴 에튀드 1번 '프렐류드(Prelude)'. 다양한 템포를 넘나드는 재즈의 리듬으로 듣는 사람들을 신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주영 리스트의 곡이요. 어렵지만 기교적으로 화려해서 성취감도 크고, 배틀 분위기에도 잘 어울려요.
채원 모리스 라벨의 '라 발스(La Valse)'. 피아노 한 대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품은 곡이라 마치 지원군을 데려온 느낌이랄까요?
Q. 자신을 연주자 한 명에 비유한다면 누구일까요?
재영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키신, 임윤찬, 하야토 스미노 등 여러 피아니스트의 '겨울바람' 연주를 들었는데, 이런 연습곡에서조차 연주자의 색깔이 많이 묻어나더라고요. 아직 저는 마음에 드는 연주를 최대한 모방하려고 노력하는 단계라 차마 비유할 수가 없네요.
승주 저도 그저 음악을 즐기는 평범한 아마추어라서 제 연주를 통해 누군가가 "나도 피아노 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Q. 가을에 듣기 좋은 클래식 곡을 추천해 주세요.
채원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집 Op. 118. 여섯 개의 소품을 순서대로 듣다 보면 단풍이 물드는 가을의 풍경이 그려질 거예요.
영민 쇼팽의 발라드. 화려하면서도 곡 전체에 쓸쓸한 정서가 배어 있어서 잘 어울려요.
재영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낙엽 사이로 해골이 춤추는 이미지가 그려져서 가을에 떠오르는 곡이에요.
Q.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영민 클래식도 결국 감정을 담은 이야기예요. 분석보다는 선율을 느껴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충분히 빠져들 수 있어요.
주영 실제로 클래식은 어렵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어요.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감정과 청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동아리 가입은 어렵지 않으니 편하게 찾아주세요.
채원 클래식은 몇백 년간 전해 내려온 삶의 청각화라고 생각해요. 시대별로, 연주자별로 정말 아름다운 레코딩이 많으니 각자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 들어보면 어떨까요? 일단 와서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