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변호사 이소은 교우(영어영문학 01),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
  • 작성일 2025.11.24.
  • 작성자 고대투데이
  • 조회수 15


가수·변호사 이소은(영어영문학 01)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

무대에 선 이소은 교우

가을의 초입, 이화여대 ECC 영산극장 무대 위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1990년대 후반부터 <서방님>, <오래오래>, <키친>, <닮았잖아> 등으로 사랑받은 가수 이소은. 투명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반짝이던 무대 위 모습이 선명했던 만큼, 이후 미국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급격한 커리어 전환 이후 변호사로서 살아가던 그는 작가와 콘텐츠 스타트업 CEO라는 역할로도 자신을 확장하는 중이다. 법률과 문학, 음악을 넘나들며 변신을 거듭하는 그의 명랑한 성장기를 들어보았다.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던 대학 시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학교생활을 진하게 했어요.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에요." 17살의 어린 나이로 데뷔해 한창 가수 활동을 하던 이소은 교우에 게 고려대학교 입학은 넘치는 열정과 호기심을 펼칠 기회였다. 고연전 기차 놀이와 입실렌티 등 학교 행사에 매년 빠짐없이 참석하던 그는 당시 '참살이길 의 어느 노래방에 가면 이소은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전설을 남길 정도로 안암동을 즐겁게 활보했다.

가수이자 대학생,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그에겐 24시간이 모자랐다. 외부 일정이 많아진 2학년 때는 오전에 수업을 몰아 듣기 위해 공대 교양 수업까지 찾아 들었고, 졸업할 즈음에는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라디오 프로그 램 출연을 위해 방송국으로 출근했다. 이렇게 바쁜 생활 중에도 이소은 교우는 고려대에서 평생 갈 우정을 쌓았다. "지금도 제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다 대학 친구들이에요. 정말 돈독하게 지냈거든요."

당시 공부했던 전공 서적을 미국까지 들고 갈 정도로, 그는 영어영문학과에서 의 배움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최근 다시 무대에 오른 그는 시와 음악을 결합 한 새 앨범을 준비하며 가장 좋아했던 현대 시 수업을 떠올렸다. "에즈라 파운드 (Ezra Pound), 필립 라킨(Philip Larkin)을 다시 읽었어요. 그 시절 제가 받았 던 수업들이 큰 자양분이 되었음을 실감했죠."


국제중재재판소(ICC) 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 Annual New York Conference에서 연설 중인 이소은 교우

국제중재재판소(ICC) 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 Annual New York Conference에서 연설 중인 이소은 교우

낯선 세계에서 나를 다시 정의하다

2009년, 이 교우는 가수 활동을 중단하고 돌연 미국의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주변 선후배들이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진로를 준비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나를 조금 넓혀야겠다'고 생각했죠. '법'을 공부 하면 세상을 더 잘 알게 될 거라 기대했어요."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미국 법조계의 한 구성원이 되자, '형형색색 무지개'에서 '흑백'의 세계로 옮겨 진 느낌이었다. "혼란스러웠어요. 이방인이자 여성, 아티스 트 출신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요. 제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다시, 리셋하고 재정립하는 시간이었어요."

로스쿨 졸업 후 경험한 보수적인 법조계의 분위기와 높은 업무 강도, 사내 정치도 극복해야 할 산이었다. "법조인의 길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죠.(웃음) 정신적으로나 체력적 으로 정말 극한 직업이거든요." 그럼에도 변호사라는 직업 은 색다른 만족감과 큰 성장을 선물했다. "로펌과 국제중재 재판소(ICC)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시간은 정말 값진 경험 이었어요. 고단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 모든 것이 저를 꽉 채 워줬죠. 늘 공부를 놓지 않는 직업이다 보니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데서 뿌듯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표지

저서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2022, 수오서재)

The Best보다 My Best, 나다움의 가치

대담한 뉴욕행과 법학 공부를 거쳐 변호사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지만, 마음속에는 언제나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로스쿨 시절에는 현지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영어 실력과 시험 성적으로 우울증도 겪었다. 힘든 순간들은 글을 쓰며 버텼다. "프리라이팅(free writing)을 해요. 머릿속을 비우듯이, 고민을 그냥 다 써 내려가요.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과정 자체가 회복의 과정이 니까요."

그렇게 자신의 다양한 실패와 부족함을 수용하며 성장해 나간 과정을 담은 그의 책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2022) 에서 그는 말한다. The Best가 아니라 My Best가 더 중요 하다고. 완벽을 좇는 대신, 내 최선을 알고 받아들이자는 깨달음은 허리 디스크로 고통받던 시절, 몸이 보내는 신호 에서 비롯되었다. "20~30대에는 저를 많이 혹사했어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재능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스스로 에게 '넌 왜 이것밖에 안 돼?'라고 몰아붙였죠. 그런데 언젠 가부터 그렇게 무리를 할 때마다 허리가 나가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이렇게 살 필요가 없겠구나."

어느새 삶의 지향점은 달라졌다. '나만이 가진 고유한 빛'을 인정하는 게 최우선이 되었다. "사실 가수 시절부터 '뮤지션 이라면 이래야 한다', 그 다음엔 '변호사라면 저래야 한다'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나에게 맞지 않는 개념이나 질서는 굳이 입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는 편안하더라고요." 무채색의 정장 대신 컬러풀한 드레스를 입고, 넘치는 호기심으로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며, 섬세한 감성으로 클라이언트의 필요에 귀 기울이는 '변호사 이소은' 이 빚어진 비결은 지금의 나에게 충분히 만족하는 것이었다.

한층 단단해진 그의 발걸음은 다시 창작의 영역으로 향하 고 있다. 딸에게 들려줄 좋은 노래를 직접 만들고자, 동시를 기반으로 작업한 앨범 《이소은 시선 – Notes on a Poem》 (2025)을 준비하며, 그는 키즈 미디어를 만드는 스타트업 칼리오페 스튜디오(CalLEEope Studio)를 설립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오늘날, 아이들이 나이에 맞는 순수함 과 상상력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 라디오 안테나를 마이크 삼아 혼자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유년의 기억, 영화와 책 속에서 세상 과 연결되던 감각은 언제나 그에게 좋은 이야기의 가능성 을 일깨워줬다. 그 시절 자신에게 심긴 꿈과 희망, 실패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기억하며, 그는 미래의 아이들 또한 자 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변호사 실무를 잠시 멈추고 창업을 감행한 지금도 이소은 다움의 추구는 계속되고 있다. 스타트업 CEO에게 기대되는 '외향적 사업가'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갖추기보다는, 오롯이 혼자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건강한 이야기를 구상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2025 이소은 콘서트 'Hello Again, Again' 무대 위의 이소은 교우

2025 이소은 콘서트 'Hello Again, Again' (사진 제공: NHN Link)

지름길 없는 진짜 성장을 경험해 보세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그가 후배들에게 권하는 것은 느린 훈련이다. "지름길이 없는 일을 일부러라도 찾아서 하는 게 중요해요. 문장 하나를 쓰더라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셰익 스피어가 쓴 것처럼 나오는 세상이잖아요. 점점 효율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날 며칠 시간을 투자해서 뭔가 만들어본 사람일 거예요."

악기를 배우거나 스포츠를 익히는 과정에서처럼, 시간을 들여 스스로 해내야 하는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다. 그 또한 매일 아침, 발레와 필라테스를 접목한 전신 운동인 바레(barre)를 꾸준히 한다. "악기 연습이나 운동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잖아요. 재미도 없고, 짜증 나서 관두고 싶은 순간들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 한 단계 올라섰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는 거죠. 저는 그런 태도가 다른 일에도 이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조언을 건넬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커리어를 거치며 차근차근 쌓아 올린 경험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어려 움이 다가오든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해 온 사람만이 가진 확신은 견고했다. "다 알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일단 해보는 거예요. 욕도 먹어보고, 부딪쳐도 보고, 그러면서 알게 돼요. 어떤 길이 나답게 갈 수 있는 길인지."

이소은 교우의 다음 꿈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돌보 는 일이 결국 사회를 바꾸는 시작"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건강한 이야기들을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자유롭고 용감 하게 자신을 단련시키며 음악과 법, 글쓰기로 더 좋은 세상 을 위해 힘써온 그가 선보일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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