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카코리아 대표 김태진(수학 84), 고지도를 통해 모험하는 인간을 발견하다
  • 작성일 2025.02.11
  • 작성자 고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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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카코리아 대표 김태진(수학 84)
고지도를 통해 모험하는 인간을 발견하다

김태진 교우

국내 최초로 고지도 전문 서점을 열어 한국 및 세계 고지도의 대중화를 이끌어 온 김태진 교우는 단순한 수집가를 넘어 지도와 고문서를 탐구하는 열정적인 연구자이자 연결자, 유통 전문가다. 온라인 출판 유통업체 (주)티메카코리아의 대표로서, 김 교우는 해외 도서와 학술자료부터 고서, 판화, 프린트물, 고지도 , 그리고 예술품까지 유통 범위를 확장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서양에서 그려진 한국의 고지도를 발굴해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한국 고려대와 근현대사 연구의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오늘도 전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보물들을 찾아내는 여정을 쉼 없이 이어 가는 김 교우를 만나 보았다.


무전여행, 고연전, 학생운동으로 빚어진 고대 정신

대학 시절을 떠올리는 김 교우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갓 성인이 되어 누렸던 자유의 시간은 지금 떠올려 보아도 즐겁고 행복했다.
"솔직히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더 좋아했어요. 무전여행처럼 20여 개 도시를 유랑했는데 지방에서는 기차역이나 파출소에 묵었죠. 가서 시국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친해지기도 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제주도인데, 부산에서 도라지호를 타고 열두 시간 동안 멀미를 하며 바다를 건넌 게 잊히질 않아요."

그는 고려대의 끈끈한 선후배 문화를 경험하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학생운동이 일상이던 시절, 학우들과 시국 시위에 참여하며 최루탄도 '맛있게' 먹었다고 회상한다. 특히, 고연전이 끝난 후 명동과 종로에서 졸업한 선배들이 한턱 내던 문화는 좋은 추억이다.
"그냥 길거리에 모여 앉아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면 선배들이 퇴근하면서 '야, 누가 이겼냐?' 물어봐요. '이겼어요!' 그러면 주점이나 호프집으로 데려가서 '다 들어와!' 하며 돈을 내주고 떠나셨죠."
이 같은 대학 시절의 경험들은 김 교우가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티메카코리아에서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티메카코리아에서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티메카코리아에서

컴퓨터학도, 고지도와 인연을 맺다

졸업 후 김 교우의 삶은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미국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석사학위 과정을 밟던 중, 중국 천안문 항쟁이 발생하며 중국과 아시아 학생들에게 취업 및 영주권 취득의 기회가 급격히 열렸다. 이를 계기로 그도 미국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해외 서적을 구입할 때는 거의 전공서적 위주였는데, 가격이 굉장히 비쌌죠. 그래서 1997년에 LA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미국 전공서적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도서 유통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외국 학술서적을 중심으로 시작한 사업은 고서와 고문헌, 고지도로 이어지며 김 교우만의 독특한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이 역시 그가 의도한 방향은 아니었다.
"어느 날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한국 관련 서양 고서적 구입 의뢰를 받았어요. 저도 잘 모르는 분야였기에 곧장 하버드대 도서관으로 가서 관련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약 8만 권의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이를 CD에 담아 분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100년 이상 된 고서 약 5천 권을 리스트로 만들어 책, 지도, 잡지, 문서 등으로 나누고, 미국과 유럽의 고서 시장을 다니며 구입했어요.”

그가 매입한 서적 중에는 고지도가 삽입된 책들도 있었는데, 이 지도들은 동해, 독도, 백두산 등에 대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었다. 더불어 서양에서 한국을 설명한 원본과 자료를 접하면서 그는 이 분야에 매료되었다.
"현재 세계고서협회(ILAB)와 세계고지도협회(IMCoS), 그리고 한국고서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17년간 세계의 고서, 고지도 전시회는 물론 경매에 참가하느라 비행기만 연 60여 번을 탔습니다. 올해는 43번을 탔는데, 이제 나이 때문인지 힘들더라고요(웃음)."

고지도를 살펴 보는 김태진 교우

지도를 통해 느낀 인류의 탐구정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부터 하멜, 라페루즈까지 유럽의 대항해 시대를 설명하는 김 교우의 눈빛에는 열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목숨을 걸고 미지의 바다와 육지를 향해 나아가던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최첨단 데이터베이스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한다.
"유럽인들은 낮에는 지도를, 밤에는 천문도를 배에 싣고 다니며 미지의 바다와 땅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기록된 항해 루트들이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과거 자료를 통해 고지도나 해도의 연대와 장소명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국명이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달라요. 이런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AI가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에도 지도는 여전히 인간의 사고와 호기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요즘 사람들은 게임도 많이 하고, 내비게이션도 늘 사용하잖아요. 그 모든 게 지도를 기반으로 합니다. 지도는 어디에나 활용되고 있죠. 과거와 오늘날 지도를 사용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 나와 상대방의 위치에 대해 추적하고 탐구하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어요."

서울 국제도서전 참여를 비롯해, 학교와 도서관에 지구본을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김태진 교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지도를 통해, 그는 세상을 탐구하고 변화시킬 힘이 인류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모험가이자 메신저다.


김태진 교우 영상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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