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상상만 하던 많은 일을 현실화시켜 주었다. 지난해 2월, 언어 데이터 전문 기업 플리토가 출시한 실시간 다국어 통역 프로그램 '라이브 트랜스레이션(live translation)'도 그중 하나다. '언어 장벽 없는 세상'을 꿈꾸며 2012년 플리토를 창업한 이정수 대표는 AI라는 강력한 조력자를 만나 자신의 꿈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해 9월 5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저자 헤롤드 햄(Harold Hamm)의 특강이 있었다.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학생들로 북적이는 강연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새로운 형태의 동시통역 프로그램이었다. 통역사가 없는 대신, 학생들은 스크린에 뜬 QR 코드를 스캔했다. 이어 휴대폰이나 태블릿 등 각자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접속했다.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여러 언어가 실시간으로 동시 통역돼 다국적 유학생들도 편안하게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사용된 프로그램이 바로 플리토가 개발한 '라이브 트랜스레이션'이다.
"국제적인 행사에서는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잖아요.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연사나 청중에게, 영어로 말하고 듣는 일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연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고, 청중은 내용을 잘 이해하는 것이 강연의 핵심인데 정작 영어에 신경 쓰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모국어를 사용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통해 연사와 청중 모두 온전히 내용에 집중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현재 미국, 아랍,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사용 중인데, 현장에서의 반응이 제가 의도한 것과 같아서 보람을 느낍니다."
'고품질 언어 데이터'가 플리토의 가장 큰 경쟁력
라이브 트랜스레이션은 38개국의 언어를 지원한다. 흔히 AI 통·번역의 문제로 지적되는 전문 용어나 고유명사에서도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 QR 접속을 통한 편의성 등도 인기 요인이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고비용의 통역사 고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첫째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AI의 위험성을 통제하면서 투명하고 공정하며 신뢰 가능한 AI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가? 생성형 AI의 위험성은 먼저 결과물의 진실성 문제, 즉 소위 환각(hallucination) 이슈다. 이는 생성형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거나 관련성이 없는 답변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의 결과물에는 오정보(misinformation)와 역정보(disinformation)가 발견되며, 이용자가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나 법률 분야의 오정보는 특히 위험성이 높다. 또한 생성형 AI는 역정보 내지 허위조작 정보, 즉 가짜 뉴스를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또한 AI의 일반적 특성인 편향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편항된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설계자의 개인적 편향으로 인해 편향된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다.
일대다 AI 동시통역 솔루션 '라이브 트랜스레이션'
"AI 동시통역은 사용하는 번역 엔진과 데이터의 질에 따라 그 성능이 좌우됩니다. 저희는 이미 10년 이상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가 있어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통역이 가능해요.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나 전문 용어를 미리 받아서 엔진에 학습을 시킵니다. 그렇게 하면 AI가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표현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이렇게 저희가 자체 개발하는 통번역 프로그램도 있지만, 세계적인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에게 이 고품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도 합니다. 저희 매출의 약 70%는 이 데이터 판매를 통해 발생해요."
고품질 언어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어휘 이해나 전달의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만큼 수요가 많아 지난 한 해 동안 데이터 수출로만 천만 달러 (약 140억 원) 이상을 판매했다. 소프트웨어 수출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_(소형).jpg)
창의적 협업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플리토 사무실 모습
대학 시절 창업한 '번역 서비스'가 플리토의 모태
그는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다. 대학 입학 후에는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친구들의 영어 관련 과제나 프레젠테이션을 도왔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외국어를 잘하는 학생과 번역이 필요한 학생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졸업 후에는 SK텔레콤에 입사해 벤처 투자팀에서 일하며 사내 벤처 형태로 이 서비스의 사업화를 구상했다. 이후 2012년 독립해 플리토를 만들었다.
초창기 플리토는 앱을 통해 누구나 번역을 의뢰할 수 있고, 번역가가 될 수도 있는 '집단 지성' 형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다양한 언어를 수용하기 위해 '글로벌 유저(global user)' 확보에 집중한 전략도 독특했다. 이후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맞물리면서 오랜 기간 플리토가 수집한 언어 데이터는 AI 기반 통·번역의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처음에 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비웃는 사람이 많았어요. '언어 데이터'라는 것도 생소한데, 그걸로 사업을 한다니 이상하게 생각했죠. 하지만 AI 기술과 만나면서 꼭 필요한 자원이 됐어요. 덕분에 저희는 지금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있는 주요 고객사들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선두 그룹에 있는 회사들이라 미래 기술의 방향도 알 수 있고, 배우는 게 많아요."
일대일 AI 통번역 솔루션 '챗 트랜스레이션 엔터프라이즈'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반골 기질'이 성장 동력
학생 창업으로 시작한 아이템을 사업화하고 수익을 내기 까지, 그동안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축적된 데이터의 힘을 믿었다. 그 결과 단 두 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직원 수가 200명을 넘고, 중국·일본 지사를 비롯해 미국에 별도 법인을 설립할 정도로 성장했다.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물으니 곧바로 '반골 기질이 강한 학생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라고 시키는 일에는 반감이 컸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영어로 랩 하는 게 멋있어 보여서' 외국 거주 경험이 있는 친구들을 모아 힙합동아리 '테라'를 만들어 래퍼로 활동하기도 했고,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반골 기질은 때론 창의성과 연결된다. 획일성을 거부하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며, 그래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언어의 장벽이 없는 세상'을 위해, 모두 '안 된다'고 말하는 길을 고집스럽게 개척해 온 그가 있어, 전 세계인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꿈의 미래가 지금 눈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