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1주년 개교기념식사
  • 작성일 2026.05.07
  • 작성자 비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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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121주년 기념 이미지


존경하는 김재호 법인 이사장님, 승명호 교우회장님, 그리고 오늘 뜻깊은 자리에 함께해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38만 교우님과 사랑하는 교수, 직원, 학생 여러분!


오늘 우리는 고려대학교 개교 121주년을 기념하는 영예로운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0주년의 벅찬 감격을 나눈 지 꼭 1년, 이제 새로운 미래 120년의 첫걸음을 내딛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바쁘신 중에도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수상의 영예를 안으신 발전공로상 수상자 여러분, 장기근속 교수님과 직원 선생님들, 그리고 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로 모교의 명예를 드높여 주신 '자랑스러운 고대인상' 수상자 여러분께 진심 어린 축하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헌신과 성취가 있었기에 오늘의 고려대학교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고대 가족 여러분!


1905년, 대한제국의 내장원경 이용익 선생께서 "교육을 통해 나라를 구한다"라는 숭고한 건학이념으로 보성전문학교를 세우셨습니다. 이후 손병희 선생께서 그 뜻을 이어받아 학교를 지켜내셨고, 인촌 김성수 선생께서는 사사로운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앞세우는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정신으로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하여 오늘날 종합대학 고려대학교로 발돋움하는 튼튼한 기틀을 마련하셨습니다.


지난 121년 동안 고려대학교는 굴곡진 근현대사의 고비마다 시대를 밝히며, 우리나라를 이끌어 왔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3.1운동의 선두에서 독립의 의지를 일깨웠고, 광복 이후에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을 길러냈으며,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는 대한민국의 도약을 뒷받침하는 지성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민족의 위기마다 고려대학교는 언제나 해법을 제시하는 대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민족의 대학을 넘어 인류의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힘을 모아 추진해 온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 역시 그러한 고려대학교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었습니다. 기념사업은 이제 대부분의 과업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으며 가시적인 결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대학평가와 입시, 고등고시 등 여러 국내외 지표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국제화 역시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1만 명이 넘는 외국인 학생이 함께 공부하며, 캠퍼스는 진정한 글로벌 배움터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K-CLUB, Climate Corps Summer School 등을 통해 세계 석학과 유수 대학을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견고하게 구축되었습니다.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 과제인 자연계 중앙광장은 2028년 2월 준공을 목표로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완공 이후 고려대학교는 최첨단 연구·교육 환경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인문관 역시 내년 2월 준공을 앞두고 있어, 인문학 연구와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입니다. 우수 교원 초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고려대학교의 연구 역량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도약은 고대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지난 3년여간 누적 기부금이 3,30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고려대학교를 향한 신뢰와 애정이 여전히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과 무거운 책임을 함께 느낍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기부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고대 가족 여러분!


지금 인류는 AI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교육과 연구, 산업과 사회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질서가 되고 있습니다. 대학 역시 이 변화 앞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는 AI 대전환이라는 이 거대한 흐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포용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입니다.

고려대학교는 이 시대적 물음에 분명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대학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AI를 가장 지혜롭게 활용하면서도, AI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인간지능(HI, Human Intelligence)’의 고유한 가치를 높이는 대학, 바로 ‘Next Intelligence University’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총장으로서 직접 'Next Intelligence 위원회'를 이끌며 이 과업을 수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전 학과에 AI 융합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인문학에서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 분야에서 AI 교육과 연구 역량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곧 신설될 ‘AI연구원’은 우리 대학의 모든 연구 분야를 하나로 잇는 초거대 AI 연구 공유 플랫폼이자 연구 혁신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240억 원 규모의 'AI 중심대학' 사업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우리 대학이 유치한 국가 AI 사업이 누적 860억 원을 넘어선 것은, 고려대학교가 대한민국 AI 교육을 선도할 핵심 대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뜻깊은 이정표입니다.


하지만 AI 기술의 고도화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계산과 검색, 분석이 기계의 영역이 된 시대,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명확합니다. 기술은 속도와 효율을 제공하지만, '방향'과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통찰과 사유에 있습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은 정답을 찾는 능력뿐만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에 있습니다. 타인과 소통하며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 기술의 이면을 통제하는 윤리적 책임,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창조적 상상력, 그리고 문제를 직감하고 해법을 찾는 주도성, 이 모두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고유 능력입니다. 다가오는 AI 시대, 인류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계와의 속도전이 아닌 '인간만의 지성'을 키워내는 데 있습니다.


그렇기에 AI가 고도화될수록 인문사회학은 더욱 중요합니다. 인문사회학은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돌아보며, 문명이 나아갈 길을 묻는 가장 근원적인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기술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고려대학교가 인문관을 새로 짓고, 정경관을 새로 단장하며, 인문사회 분야의 훌륭한 교수님들을 계속해서 모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고려대학교는 깊은 사유와 공감, 윤리적 책임감, 창조적 상상력, 큰 변화를 향한 주도성, 그리고 AI 기술을 아우르는 융합적 사고로 인간 지성을 극대화해 나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AI 대전환 시대를 이끄는 Next Intelligence University, 우리가 실현해 갈 고려대학교의 미래입니다.


존경하는 고대 가족 여러분!


1905년 선각자들께서 심은 한 그루의 나무는 지난 121년 동안 민족의 아픔을 함께 견디고 시대를 밝히는 거목으로 자라났습니다. 이제 그 나무는 한국 사회를 넘어 세계를 향해 더 크게 가지를 뻗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120년의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민족의 대학에서 인류의 대학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고려대학교가 2030년 글로벌 TOP 30 대학으로 도약하고, 인류의 미래사회에 실질적으로 공헌하는 대학이 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AI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 인간의 가치와 인문정신을 굳건히 지키는 대학, 그리고 세상에 꼭 필요한 대학으로 고려대학교는 새로운 120년의 역사를 당당히 써 내려갈 것입니다.


오늘 이 뜻깊은 자리를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리며, 고대 가족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고려대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5월 5일

총장 김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