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승명호 교우회장님, 졸업하는 후배들에게 축사를 전하고자 모교를 방문하신 하범종 LG 사장님, 그리고 이 자리를 함께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자랑스러운 6천여 명 고대생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 영광스러운 학위증서를 받고 새로운 삶의 감격스러운 출발선에 선 졸업생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아울러 우리 졸업생 한 명 한 명을 세계 최고의 지성과 훌륭한 품성을 갖춘 인재로 길러주신 고려대학교의 교수님들, 그리고 자녀가 고려대에 재학하는 동안 아낌없이 후원하고 격려해주신 학부모님들께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언제나 뜨거운 모교사랑과 후배사랑으로 우리 졸업생들의 든든한 선배이자 후원자가 되어주시는 36만여 명의 교우님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졸업생들의 학교생활을 도와주신 직원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졸업생 여러분이 마주하게 될 학교 밖의 세상은 결코 밝지만은 않습니다. 최근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사회경제적 양극화, 국지전쟁의 확산, 식량 위기와 같은 난제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한국의 극심한 정치 혼란과 경제의 침체는 우리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대전환은 우리의 일상과 삶의 기준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며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는 수백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숱한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더 번영해 왔으며, 한민족 역시 근현대사의 모진 시련 속에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일구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강인한 정신과 굳건한 단결로 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입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AI가 가져오는 변화의 물결이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큰 도전인 것은 맞지만, 인류가 빙하기 이후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한 것을 고려할 때, AI의 등장은 인류에게 가장 훌륭한 영감을 주는 희망찬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여러분도 변화와 도전의 물결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시대를 이끄는 선구자적인 삶을 영위할 것이라 믿습니다.
더군다나 여러분은 자랑스러운 고려대학교의 졸업생입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았으며, 융복합적 교육과 여러 비교과 활동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습니다. 또한, 오직 고려대학교의 문화와 전통 속에서 기를 수 있는 남다른 친화력과 리더십, 이타적 품성, 호연지기의 기상을 함양함으로써,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자질과 인성을 갖추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반드시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새로운 세계를 향해 닻을 올리게 될 여러분께 총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Back to basic!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여러분은 여러 도전과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 어려움을 헤쳐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여러분이 축적한 비판적 사고와 탐구 정신,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는 여러분의 ‘기본’적인 가치로서 인생의 중요한 원칙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기본’은 우리가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갈 때, 또 다양한 선택 앞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입니다. 여러분이 배운 학문적 깊이와 윤리적 기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확고히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Back to Basic, 그 기본이 바로 여러분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칙이자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
둘째, 지식이 아닌 학습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지식의 반감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 번 익힌 지식이 수십 년간 유효했지만, 이제는 7~8년 만에 새로운 연구와 발견으로 기존의 지식이 대체되거나 수정됩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많은 지식을 아는 것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학습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본교에서 배운 것에 만족하고 멈춘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지식을 융합하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역량이 될 것이며 여러분들을 급변하는 세상에서 지속적인 성공으로 이끌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셋째, 호연지기로 세상에 맞서기를 바랍니다. 호연지기는 고대인만의 특유의 기상과 의지를 의미하며, 외부의 시련과 도전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나타냅니다. 이 정신은 고려대학교가 한국 근현대사의 시련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강화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단결하여 가혹한 도전을 이겨낸 역사를 바탕으로 생겨났습니다. 고대 선배들은 일제강점기에는 3.1운동의 선두에 서서 독립의 의지를 키웠고, 해방 이후 국가 재건을 이끄는 중심이 되었습니다. 고려대가 배출한 수많은 인재들은 피와 땀을 흘리며 민주주의를 이루고 산업화를 견인했습니다. 또한, 세계화와 정보화를 주도하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고 세계적 한류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이와 같은 호연지기는 어떤 어려움이나 고난도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는 힘과 결단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호연지기의 정신을 이어받아,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하며, 결국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강한 의지와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우리 고려대학교는 올해 개교 120주년을 맞이합니다. 지난 역사를 통해 고려대학교는 “널리 인재를 길러 나라를 구하자”라는 교육구국과 나보다는 민족과 겨레를 위하는 공선사후의 숭고한 건학이념을 충실히 이행하며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우리 고려대학교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며, 인류의 미래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으로 한 단계 더 높게 도약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학위수여식에 선 여러분은 한국 역사의 수많은 리더를 배출한 고려대학교에서 배우고 성장한 글로벌 인재입니다. 원대한 이상과 큰 생각을 품고 인류에 공헌하는 리더가 되어주십시오. 여러분 가운데에서 혁신적인 포부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인물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눈앞의 이익과 좁은 자아에 갇혀 살기보다는, 세상을 넓게 멀리 보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높은 꿈을 꾸는 청년이 되어주길 소망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고려대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졸업생 여러분의 학위취득을 축하하며, 오늘의 여러분이 있기까지 함께한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미래에 큰 영광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2월 25일
총장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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