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 없는 한국에 좋은 기부 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10억에 이어 10억 그리고 22억까지, 고려대에 세 번째 기부한 유휘성 씨

돈은 온기가 있을 때 써야한다는 신념 실천해

▲ 유휘성 교우(왼쪽)와 염재호 총장(오른쪽)이 23일(월) 고려대 본관 인촌챔버에서 열린 기부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0억 기부(2011년), 또 10억 기부(2015년), 그리고 22억 강남 소재 아파트 기부(2017)까지. 유휘성(79, 상학 58) 교우가 10월 23일(월) 고려대학교에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의 아파트(시가 22억 상당)를 기부했다.

이 아파트는 유휘성 교우가 그의 자녀들을 키운 곳으로, 그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깃든 아파트다. 유휘성 교우는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아파트임에도 ‘돈은 온기가 있을 때 내야 하는 것’이라며 망설임 없이 고려대에 기부했다.

기부식에서 유휘성 교우는 “내 이름 석자 남기겠다고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후배들이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인재가 되도록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부금은 기초과학연구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염재호 총장은 “대학은 다른조직들보다 더 많이 미래를 생각해야한다. 20-30년 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학생들을 귀하게 키우겠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민족의 뜻에 따라 세워진 학교답게 인재들을 길러내겠다.”고 화답했다.

유휘성 교우는 열세 살에 한국 전쟁으로 부친을 여의고 고향 충북 진천에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힘든 환경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학업에 정진하여 고려대 상과대학 상학과(현 경영대학 경영학과)에 58학번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1970년대에는 건축공사와 토목자재를 생산하는 조흥건설을 창업하고 힘든 상황을 끈기와 열정으로 극복하며 굴지의 기업가로 자수성가했다. 유 교우는 인생막바지에 재산을 정리하면서 오랜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1970년대에 건축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키웠어요. 그때부터 고려대에 기부를 하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반포지효(反哺之孝)인 거지요. 고려대가 저를 이만큼 키워주었고, 고려대를 졸업했다는 자부심으로 사회에 나가서 자리를 잡았으니 학교에 신세를 많이 진 거지요. 다니던 캠퍼스가 제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고요.”

유휘성 교우는 지난 2011년, 고려대 신경영관 건립을 위해 10억 원을 쾌척하며 기부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 뒤인 2015년에는 또 다시 10억 원을 기부하며 남다른 고대 사랑을 드러냈다. 유 교우가 2015년에 기부한 이 10억 원은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성함에 들어있는 ‘仁’자와 본인 이름의 ‘星’자를 따서 ‘인성장학기금’으로 명명됐다. 2016년 하반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12명의 학생이 이 ‘인성장학기금’의 첫 장학생으로 선정됐고, 지속적으로 연간 28명의 장학생을 선발하여 생활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유휘성 교우는 지난 2016년 10월 28일 열린 ‘제 1회 유휘성 인성장학기금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야심성유휘(夜深星逾煇),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나듯이, 당장의 환경이 비록 힘들더라도 여러분의 본질은 더욱 단련될 것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는 없는 슬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장학생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이에 노을(경영 13) 장학생은 “대학 시절 내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치열하게 생활해 왔는데, 장학금으로 여유를 갖게 된 만큼 이제는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더욱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라며 유 교우의 격려말씀에 화답했다. 이다빈(의학 14) 장학생은 본인이 존경하는 과학자 뉴턴의 말 ’거인의 어깨에 서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선배님의 어깨가 큰 도움이 됐다”며 “나 또한 누군가의 어깨가 되어 그들이 높은 세상을 보도록 도울 것을 약속드린다”고 유 교우의 뜻을 이어갈 포부를 밝혔다.

유 교우는 기부를 통해서 스스로가 더 큰 기쁨을 얻는다며, 17세기에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알려진 경주 최부자의 예를 들어 기부의 참 정신을 강조했다.

“옛날에는 경주의 최부자 같은 사람들은 부를 사회로 돌려줌으로써 300년 동안 재산을 유지했어요. 선을 쌓았기 때문에 집안에 화가 없었던 거지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행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는 뜻으로, 유휘성 교우가 기부의 이유를 들며 인용한 <소학>의 한 구절이다.

“바닷물을 다 마셔도 갈증은 해소가 안 돼요. 돈도 마찬가지예요. 돈을 아무리 가지고 있어도 이제 더 필요 없다는 사람은 없잖아요. 가지고 있으면 더 욕심이 나는 게 돈입니다. 목숨을 나라에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 대신 돈을 사회에 내놓는 거예요.”

유휘성 교우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 문화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미국에는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빌 게이츠, 데일 카네기처럼 큰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을 본받아야 합니다. 한국은 기부 문화가 없다고 봐요. 많은 분들이 기부에 동참하여 한국에도 기부 문화가 조성되어 가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유휘성 교우가 아낌없이 기부를 한 이유다.

기사작성 : 커뮤니케이션팀 서민경(smk920@korea.ac.kr)

사진촬영 : 커뮤니케이션팀 주호석(hsj918@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