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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無 낡은 교육제도, 고정관념과의 결별을 고하다
  • 글쓴이 : 고대TODAY
  • 조회 : 687
  • 일 자 : 2018-08-20


KU The Future
無 시험감독 無 상대평가 無 출석확인
3無 낡은 교육제도, 고정관념과의 결별을 고하다

 


기존의 관념들을 뿌리째 흔드는 21세기. 그런 시대를 이끌어 갈 대학의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 돼야할까?
고려대는 그 해답을 강의실에서 찾았다. 많은 대학이 ‘연구’를 강조해오며 대학원에 포커스를 맞추는 동안,
상대적으로 학부교육에는 소홀해진 것도 사실이다.
고려대는 대학의 희망은 ‘교육’에 있다고 보고 2015년 염재호 총장의 취임과 동시에 ‘3無 정책’을 시행했다.
3無정책은 성적에만 집착하거나 불필요한 틀에 갇혀있는 교육제도를 혁파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출석부, 상대평가, 시험감독은 미래의 대학과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다. 3無 정책은 모든 강의실에 적용되는 의무는 아니다.
교수의 권한과 의사를 존중해 선택사항으로 지난 3년간 진행됐다. 그러나 3無가 적용된 강의실은
기존 수업의 전형적인 관습을 타파하며 교수에게도 학생에게도 지금까지 없었던 동기부여가 됐다.
3無 정책의 성과를 단순히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출석을 부르지 않는 이유? 출석을 부르지 않아야 할 이유!

 

출석을 부르지 않는 교수는 3無 정책 시행 이전에도 이미 많이 있었다. 출석을 부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교수들은 1차적으로 출석을 부르는 시간이 아까워서라고 말한다. 출석을 부르지 않는 시간이 고스란히 수업시간으로 적립된다는 것. 오래전부터 출석을 부르지 않아왔다는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첫 수업에서 출석을 부르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대학은 의무 교육이 아닌 선택교육이기 때문이죠. 고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발성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원하는 방법으로 공부하고,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에요. 물론 출석을 부를 때보다 출석률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에 온 학생들은 출석과 관계없이 스스로 왔다는 그 생각 때문에 수업 태도나 분위기가 훨씬 좋 습니다.”


우리가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를 생각해보자. 배식을 받으면 왠지 맛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스스로 원하는 메뉴를 골라 먹으면 더 맛있다고 느낀다. 자발성이 학습에 있어서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요에 의한 수업 참여가 아닌 수업의 질을 높여 스스로 찾는 강의실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명예로운 고대인, 무시험 감독 제도를 통한 가치 교육 가능해

 

무시험 감독 또한 단순히 시험 감독이 없는 시험이 아니라 컨닝해서 쓸 수 있는 시험문제를 내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오픈북을 하더라도 학생 스스로 생각을 해야만 답을 작성할 수 있는 문제가 요구된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 정답이 한 개가 아닌, 남의 것을 보고 쓰는 게 의미가 없고, 외워서도 쓸 수 없는 문제를 내는 것이 바로 교수의 역할이다. 무시험 감독 제도는 학생보다 문제를 내는 교수에게 더 큰 책임감이 따른다.


암기식 지식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AI가 가진 지식을 인간이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존재로서 가치를 갖는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교육의 방향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감독 시험을 치르는 고대인들은 시험지에 ‘나는 내 양심에 따라 정직하게 시험을 치겠습니다” 라는 명예 서약(honor code)에 서명을 한다. 명예 서약의 행위 자체를 학생들은 자신을 옭아매는 규칙이 아니라 스스로 정직을 선택하게 하는 문화로 여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명예 서약을 통해 진리 추구의 진정성과 자긍심, 자부심이라는 가치체계를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간 경쟁 무의미한 시대, 절대평가 교수와 학생이 함께 성장해

 

상대평가를 없애고 절대평가를 실시한 것 역시 교수와 학생이 만들어가는 자율적 평가를 통해 학자적 양심과 강의실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도구다. 3無정책을 시행해온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절대평가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교수에 대한 신뢰와 교육에 대한 신뢰, 그리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만국 공통의 정답이 있는 문제라야 상대평가가 가능합니다. 정답이 없는 시험 문제를 내고 절대 평가를 하면 모두가 A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모든 건 교수와 학생의 신뢰를 기본으로 합니다. 학생들은 외우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요. 우선 그동안의 평가 방식에서 변화가 오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절대평가를 하게 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절대평가는 평가를 하는 교수들도 매우 힘이 듭니다. 모범답안이 없기에 교수도 한 명 한 명의 답안을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죠.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절대평가는 교수도 학생도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학생들 역시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경쟁에만 모든 것을 거는 상황은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옆자리의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압박이 줄어든다는 것. 절대평가가 경쟁 대신 협력의 가치를 전한 것이다.

학생 스스로의 의지를 깨우는 것이 미래교육의 출발

 

3무 정책 외에도 학생 스스로의 진로 선택과 집중의 자유를 부여하는 유연학기제도 일방적인 지식을 전수하는 강의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학생들은 자신의 꿈에 맞춰 대학생활을 유연하게 계획할 수 있다. 한 학기 수업을 16주가 아닌 8주, 또는 4주만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해외 인턴 등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경험하거나, 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연구주제를 정해 학부생이지만 연구논문을 작성해볼 수도 있다.


물론 몇몇 정책 자체만으로 대학을 혁신하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믿고, 학생들 스스로의 의지를 깨우는 것, 점수나 목표가 아닌 경쟁보다 협력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 미래 교육으로 가는 첫걸음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