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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테크닉이 아니라 콘텐츠다 - 미디어학부 박지훈 교수
  • 글쓴이 : 고대TODAY
  • 조회 : 2312
  • 일 자 :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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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테크닉이 아니라 콘텐츠다
미디어학부 박지훈 교수

 


세상을 사유하는 방식. 그가 생각하는 미디어의 본질이다. 전통미디어의 영향력을 ‘빛의 속도’로 잠식해가는 크리에이터 플랫폼들. 해일처럼 변화가 밀려오거나 폭우처럼 새것이 쏟아져도, 결국엔 ‘성찰을 불러오는 콘텐츠’만 살아남는다고 그는 믿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디어학부 박지훈 교수와 함께 짚어봤다.

고려대, 미디어 콘텐츠를 선도하다

그의 연구실은 온통 노란빛이다. 은은하고 잔잔한 그 불빛이 공간을 따뜻하고 아늑하게 감싸고 있다. 백열등 같지만 형광등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우리의 삶에서 멀어져 간 백열등. 그 등에 스민 따스함과 그리움이 이곳의 형광등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매체’는 달라졌어도 ‘내용’은 변화되지 않은 셈이다. 좋은 ‘콘텐츠’는 끝내 지켜진다고, 추억의 노란등이 속삭여온다.

“불과 4년 전 일이에요. 박사과정을 밟던 학생이 크리에이터와 관련된 논문을 쓴다고 하자,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만 해도 유튜브같은 1인 미디어의 인기를 상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거예요. 그로부터 채 몇 년이 안됐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영상으로 뉴스와 정보와 지식을 소비하는 시대가 왔어요. 기존 방송 산업은 물론 교육계의 고민이 깊어졌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 이른바 ‘지식의 반감기’가 점점 짧아지는 시대,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미디어들은 신속한 업데이트와 유려한 진행방식으로 자기만의 경쟁력을 확보해간다. 이럴 때일수록 대학이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크리에이터 플랫폼의 가장 큰 약점은 공신력 부재다. 대학이 정확하고 밀도 높은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제공해, 1인 미디어에 잠식당한 지식생산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고려대 대학교육개발원(CTL) 원장 이기도 한 그는 ‘Flipped Class’를 비롯해 고려대가 실시 중인 ‘미래형’ 토론식 수업 이야말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최고의 지식 생산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자극과 혐오가 난무하는 1인 미디어의 범람 속에서, 교육이 가야 할 콘텐츠의 길을 고려대는 이미 걷고 있다.

“과거엔 방송사에 들어가야만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기회가 모두의 것이 됐잖아요. 이럴 때 대학이 할 일은 ‘영상으로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고려대는 진작부터 최상 의 환경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2017년 중앙 광장 지하에 마련한 CCL(CJ Creator Library) 스튜디 오가 대표적이에요. 영상촬영부터 영상편집까지, 장비 와 장소 모두를 제공하는 이 공간이야말로 최고의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최적의 공간입니다.”

최근 오픈한 미디어관 지하 1, 2층에는 사운드 스튜 디오, TV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 크리에이터스 벙커’가 있다. 이곳 역시 학생들의 영상 콘텐츠 제작 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기술교육을 전 문으로 하는 대학을 제외하고 일반 4년제 대학 가운데 이토록 앞서가는 영상교육시설을 갖춘 곳은 고려대가 유일하다. 영상 콘텐츠 전성시대에 걸맞은 선도적 행보 가 아닐 수 없다.

‘성찰’이라는 이름의 콘텐츠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수전 손택이 그런 말을 했어 요. ‘영상은 하나의 자극만 줄 수 있을 뿐 자극에 대한 성찰은 다른 방식으로 해야한다’고. 전적으로 동의해요.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미디어 시대에도,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게 하고 서로 토론하게 하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게 영상을 제작하게 해보면 10분 이상 만드는 걸 힘들어 하더라고요. 미디어라는 게 ‘세상을 사유하는 방식’인데, 짧고 얕은 동영상 콘텐츠만으로는 깊은 성찰이나 사유가 불가능해요.”

결국 ‘지식이 부족해서 못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지식이 밑바탕에 있어야 취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꼼꼼한 취재가 밑받침되어야 튼튼한 콘텐츠가 만들어진다고 믿는 것이다. 지식을 자양분으로 한 섭외 능력과 취재 실력을 길러주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영상교육의 핵심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가르칠 필요가 거의 없다. 학생들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8년에 제가 연출한 작품이 하나 있어요. 'When the West Brings Civilization Back to Africa'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요. 수질개선을 위해 카메룬 단기 봉사에 참여한 미국 학생들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로 하여금 인종적 열등감을 느끼게 만드는 과정을 담았어요. 미국의 공영방송사 PBS에서 방송됐던 그 영상을 10년이 훌쩍 지난 2019년 2월 뉴욕타임스가 언급했더라고요. 활동가들에게 유용한 생각거리를 제공했다는 것도, 오래된 영상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는 것도 아주 큰 영광이에요.” 미디어의 패러다임이 180도 변화돼도, 사유와 성찰을 불러오는 콘텐츠는 끝내 살아남는다. 그 사실을 그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