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문을 연 이곳은 특정 문제에 대해 학
생들이 가진 아이디어나 기술을 활용하여 해결 방법을 찾고 구체적 결과물로써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작, 테스트 과정까지 직접
시연해 보는 혁신공간이다.
실제로 방문을 해본 사람들은 우선 두 번
놀란다. 약 180평 규모의 공간에 꾸며진 전자
제어실, 디지털설계실, 디지털정비실, Making
HUB, 후가공실 등 넓고 쾌적한 공간과 최신
3D 프린터와 대형 레이저 커터, UV 프린터,
금속 및 목재가공기, 만능 CNC조각기 등 학생들이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고가의 장비들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간을 기획할 때 학생 및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조사를 통해 필요한 장비를 파악해 디자인 제작기구, 전자설계,
측정, 산업용소프트웨어 등 미래제품 프로토
타이핑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KU 메이커스페이스 심준형(기계공학과
교수) 소장은 공간이 갖는 하드웨어적 기능
보다 공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메이커 운동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스스
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메이커’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술을 고민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이라고 합니다. 미국 내에서는 메이커 컬쳐가 확산되면서 붐이라고 할만큼 많
은 도시들이 메이커 페어를 개최하고 있습니
다. 철강 도시였던 피츠버그 같은 경우는 메이커 시티 운동을 통해 소프트웨어, 로봇, 교육 중심도시로 거듭나고 있죠.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먼저 하드웨어를 만들어 본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가 시작되기도
하는 것이죠.”
이런 메이커 컬쳐는 차고에 모여 몇몇이
작업을 하던 개러지(garage)문화가 좀 더 오픈된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기도 하다. 고려대의 개러지인 메이커스 스페이스에 모여 제작을 해보면서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그 다음 단계로 생각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스타트업을 하고자 할 때 특히 메이커
의 경험은 더욱 중요합니다. 창업자가 제작자가 아닌 경우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스티브 잡스의 애플컴퓨터 역시 개러지에서 수많은 실패 끝에 탄생했다는 건 모두 아실 겁니다. 컨셉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구현을 통해, ‘내가 비즈니스하려는 제품
전체가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지 못하면 다음
스텝인 진화의 단계에서 중요한 결정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아이폰의 경우나 다이슨의 경우도 하드웨어에 대한 창업자의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세계의 메이커들은 자신이 만든 기계들의 도면이나 제작 과정을 기꺼이 공유하고, 때로는 수업을 열어 강사로도 참여한다. 메이커스페이스도 이런 메이커 운동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공간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려대 재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산업체 및 일반인들도 원하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열린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단, 특수 전문 장비이기 때문에 사용전 전문가에게 장비
교육을 먼저 받고 이용할 수 있다.
창의관에 위치한 KU 메이커스페이스 외에도 국제관 지하에 X-garage가 올 12월 개관
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X-garage는 3
차원 프린터와 3차원 스캐너, 강화섬유 프린터
등을 갖추고 있어 이용자들이 공모전과 팀프
로젝트, 연구 프로젝트, 창업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정답을 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관
점에서 생각하고 손수 방법을 찾아내는 고려대의 ‘메이커 문화’가 가져올 변화가 벌써 기대된다.
01_ KU 메이커스페이스 소장 심준형 교수(우)와 실습조교.
02_ 자신의 디자인 도안을 가봉할 수 있는 디지털 재봉기.
03_ 쾌적한 환경의 금속 및 목재 가공실과 가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