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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상상할 수 있다면 끝없이 변화할 수 있다
  • 글쓴이 : 고대TODAY
  • 조회 : 321
  • 일 자 : 2018-11-15


파이빌 개척기
끝없이 상상할 수 있다면 끝없이 변화할 수 있다

 


생각에서 시작된 변화는 멈춤이 없다. 창의성 공간 역시 그러하다. 수많은 시도를 경험하고 새로운 영감이 탄생하는 이곳은 누리고 경험하는 사람들에 의해 비로소 의미가 완성되고 있다. 채움이 아닌 변화를 담는 비움의 공간으로, 파이빌은 딴짓하며 사고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여전히 뭐하는지 모르겠는 곳이기도 하고 영원히 뭐하는지 모르겠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만큼 이곳은 아무나 아무렇게나 들러 아무거나 할 수 있는 만만한 곳으로 스스로 존재이유를 증명하며 성장하고 있다. 꿈꾸는 젊음의 아지트이자, 도전의 심장이 된 파이빌 개척기를 간략히 정리해 본다.

π-Ville 99 #1. 개성을 부여하기

파이빌은 5대양 6대주를 돌아다니던 중고 컨 테이너 38개를 쌓아올려 만들었다. 스티브잡 스는 차고에서 창업을 했지만, 우리는 차고 대신 컨테이너에서 개척하는 지성이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파이빌 내부는 리노베 이션중인 고려대학교 대강당의 가구를 재활 용했다. 대강당 책상에 남아있는 상처들과 쓸 데없는 낙서들, 그리고 묵직한 철제 주물 다 리까지. 조립한 책상을 스튜디오 안에 설치하 고 학교 창고를 뒤지며 버려진 소품과 의자들 을 찾아 닦아 넣어둠으로써, 파이빌은 혁신과 전통이 공존하는, 컨테이너 건물이라는 다른 어떤 건물도 갖지 못한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되었다.

π-Ville 99 #2. 좋아서 하는 일

파이빌 스튜디오는 새로 모인 팀과 모인지 얼 마 되지 않은 팀을 찾는다. 조금이라도 발전한 것 같으면 주변에 있는 창업보육센터나 다양 한 기관으로 연계하고, 회사로 성장한 팀은 사 무실을 구해 나가도록 한다. 모든 팀은 스튜 디오를 2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최대 6 개월까지만 있을 수 있다. 특별한 성과가 없어 도, 특별한 성과가 있어도 모두 졸업이다. 그러 다 보니 팀들이 쉽게 들어와 쉽게 나가고, 쉽게 뭉치고 또 헤어지는 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난 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나니 말도 안 되는 아이 디어를 가진 팀, 취미 활동을 하는 팀, 놀기 위 해 모인 팀 등 다양한 생각의 사람들이 파이빌 에 들어오기도 한다. 이곳에선 취미와 사업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확실한 공통점 하나는 이 들이 모두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작년 1년간 파이빌의 슬로건은 ‘딴짓’이 었고 올해는 ‘사고다발구역’이라는 슬로건으 로 운영중이다. 모퉁이 영화관은 계단에서 영 화를 볼 수 있도록 영화를 틀어주었다. 옥상 에서는 라이브 공연을 했고, 모형비행기를 만 들거나 장난감을 만들거나 다육식물을 키우 는 쓸데없는 행사를 계속 열었다. 구구마켓은 남들이 말하는 ‘쓸데없이 시간을 보낸 결과’ 를 가지고 다른 학생들을 만나는 행사이다. 많은 학생들이 전공과는 상관없는 이상한 것 들을 만들고 모으는 가운데 창업을 생각하는 팀들이 섞여,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 지원금을 모으고 홍보를 하고 반응을 듣는다.

π-Ville 99 #3. 아이디어 쓸어담기

파이빌은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그 렇기 때문에 파이빌은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평가하지 않는다. 파이빌이 두 달마다 새로 운 팀을 선발할 때, 아이템보다는 팀원들에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캘린더 앱인 ‘린더’를 개발해 1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 고 지금은 삼성 R&D센터에 입주해 있는 ‘히 든트랙’ 역시 시작할 때의 아이디어는 완전히 달랐다. 아이디어는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진 화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파이빌은 멋진 아이 디어를 가진 팀이 아니라, 다양한 전공이 모인 팀, 정말 공간이 필요한 팀, 게으르지 않을 팀, 다른 팀과 협력하고 싶어하는 팀을 뽑는다. 그 러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가진 팀, 취미 활동을 하는 팀, 놀기 위해 모인 팀 들이 파이빌에 들어오는 것이다.




01_ 8개의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강당. 색색의 펠트의자를 배치했다.
02_ 2017. 1학기, ‘다채, 로운’기획 전시.
03_ 2017. 자신이 만든 물건이나 키운것들을 판매하는 구구마켓.

 

π-Ville 99 #4. 함께 나누는 지속 가능한 ‘딴짓’

파이빌을 사용하는 팀들에게는 아이디어 공 개의 원칙이 있는데 자신의 아이디어를 반상 회를 통해 공개하고 평가를 받는다. 이때 고 려대학교 창업보육센터와 산학협력단, 기술 지주회사 등이 참여하여 변리사나 기업 대표 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 면서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학생들이 자체적으 로 운영하는 교육 시스템이다. 파이빌에는 코 딩 교육이나, 디자인 공동 교육, 아이디어 공 유와 특허 출원을 돕는 팀들이 있다. 이중 ‘멋 쟁이 사자처럼’은 소프트웨어 비전공자들에 게 앱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팀이다. 자체적 으로 개최하는 ‘해커톤’을 통해 이미 많은 앱 이 개발되었으며,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구상 을 앱이라는 형태로 구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코인’같은 팀들을 나노인큐베이터라 하는데, 이들은 아무런 보상없이 지식을 나누고 사람 들을 성장시키는 활동을 한다.

파이빌이 자리를 잡아가며 파이빌의 활 동을 돕는 이들도 생겨났다. 링크 플러스 사업단(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이 학생들 의 활동에 드는 많은 비용을 돕고 있으며,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나, 서울대 박희재 교수, KCC 등의 후원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또, 우란문화재단의 기부로 2018년 ‘뜻밖의 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로고 스는 업무협약을 통해 무료 법률자문 및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π-Ville 99 #5. 언제나 그자리에

지난 2년, 파이빌에선 많은 팀들이 처음 한 걸 음을 딛는 데 성공하였고, 취미활동을 한 팀 은 실력이 늘었다. 대부분 좋은 추억과 함께 파이빌을 졸업하고 학교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파이빌은 학생들이 무엇인가 시작하고 자 할 때 옆에 있어주고 등을 밀어주는 기관 이다. 어깨에 짊어진 학업과 창업의 짐을 덜어 내고, 그냥 무엇인가를 편안하게 시작하도록 돕는다. 아이템이 거창하지 않더라도, 심지어 성장하지 않더라도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그 냥 재미있게 놀면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쉬고 일할 곳을 만들어 주고 있다.




01_ 원데이클래스. 파이빌 입주팀 ‘Dreamin’과 함께하는 하바리움 공작소.
02_ 학생운영위원회. ‘FUN’팀이 11월 ‘북적북적, 긁적긁적’행사 기획 회의중이다. 파이빌을 운영하는 주체인 학생운영위원회는 스튜디오의 배정과 운영, 세미나 및 전시회의 개최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03_ 99카페. 학생운영위원회1기 출신 김현성 대표가 최근 파이빌의 카페를 인수해 낮에는 사회적 기업 냅스터의 대표로, 밤에는 카페 사장이자 파이빌 선배로서 따듯한 커피와 공간을 제공한다.
04_ 스튜디오. 바이오시스템공학부 학생들로부터 시작한 ATP는 동아리다. 고등학생들이 공부와 암기에 어려움을 겪는 생명과학분야 교육용 노래를 작사/작곡하고 음원을 제공하고 있다.

Mini Interview
개척마을 정석 촌장(기계공학부 교수)


▲개척마을 정석 촌장(기계공학부 교수)(가운데)과 개척마을 직원들.

 

파이빌에서의 ‘아이디어 인큐베이션’을 통해 성장한 팀들이 교내 스타트업스테이션이나 크림슨창업지원 단 등으로 옮겨 활약하고 있습니다. 파이빌은 진입 문턱이 낮은 창업생태계를 고려대만의 방법으로 제시하 고 있습니다. 아무나, 아무렇게나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모이는 곳. 꼭 창업이 아니어도 좋습 니다. 두 달마다 바뀌어 가는 스튜디오팀을 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대학생들의 요즘 문화도 보입니다. 몇 달 전 누군가 파이빌에 작은 쪽지를 붙이고 간 적이 있습니다. “총학의 축제에서는 대량 생산된 문화를 즐기지 만 파이빌에서는 쓸모없어 보여도 각자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학생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고 하더군 요. 파이빌이 추구하는 방향이 정확히 짚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행사를 다양하게 기 획해서, 많은 학생들이 ‘문턱이 낮은’ 파이빌을 통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게 파이빌의 역할 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파이빌의 대내외 협력이 본격화되고 교내 창업 관련 부서들과 에코시스템으로 학생 창업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요. 유기적으로 연결된 제대로 된 창업 트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파이빌은 아이디어 트랙으로서 동기를 부여하고, 가능성을 발견하는 역할이라면, 국제관 지하에 생기는 X-Garage는 3D프린터와 3차원 스캐너 등을 이용해 직접 손으로 창업 시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작업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지금은 파이빌의 성과를 말하기보다 청년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그들의 말과 활동에 귀를 기울여 줘야 할 때입니다. 손을 내미는 방법을 가르치고, 손을 내밀라고 말하며, 왜 안 내미는지 야단치는 것은 도 움이 되지 않아요. 그들의 언어와 생각과 취향을 이해하며, 그들이 읽는 책과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경험하 고, 그들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들이 손을 내밀 때, 놓치지 않고 힘껏 잡아 당겨주기만 하면 됩니다. 파이빌이 그런 역할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