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적용되는 고려대 새 입시 제도의
핵심은 논술 폐지와 학생부종합 전형의
확대다. 양 처장은 “현재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학생부 종합 전형”이라며, “3년간의
고교 생활을 서류를 통해 볼 수 있고, 면접을
통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다면적인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다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평가를 통해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자는 것이 새
제도의 취지입니다. 논술을 폐지한 이유는,
한 가지 관점에서만 학생들을 평가하게
된다는 단점 때문입니다. ‘얼마나 잘
썼는지’만 보고 점수를 매겨 학생들을 줄
세우게 되잖아요. 또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고요. 앞으로
다양한 평가를 통해 적극적으로 인재를
찾아내겠다는 뜻으로, 입학처 이름도
인재발굴처로 바꾸었습니다,”
고려대가 원하는 인재는 ‘주어진 문제를 잘
풀기 보다는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며,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평생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이다. ‘개척하는 지성’이라는 학교
철학과도 부합한다.
양 처장은 “단순히 암기에 적용하는 지식은
오히려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게 될
것이고, 미래 사회는 다른 측면의 인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가능성과 다양성이 내재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새로운 평가 방식의 제안은
입시를 뛰어 넘어, 시대 변화에 한 발
앞서가려는 고려대의 변화 노력이기도 하다.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수험생 한 명당 8명에서 10명의 평가자가 평가
편향된 견해를 배재하고 공정성 확보
학생부 종합 전형은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으로 진행된다. 서류평가는 지난해보다
단계를 하나 더 늘렸다. 총 3차에 걸친 서류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이 중 입학사정관들의
이견이 큰 경우 4차까지 실시한다.
면접은 학생부를 바탕으로 한 면접과 제시문
기반 면접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한 번에 두
명의 위촉입학사정관이 배정돼 총 4명이 한
학생을 평가한다. 위촉입학사정관은 고려대
교수들로 구성된다. 서류 심사와 면접까지
합치면 학생 한 명당 총 8명, 많게는 10명의
평가자가 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셈이다.
즉, 평가자 한 명의 편향된 견해에 의해
학생이 다른 방향으로 평가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양 처장은 “정성적 평가에서는
공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평가 방법과 절차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면접에서는 서류 평가 단계에서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을 찾기 위해 심층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학생부 기반 면접은
학생부에 적힌 내용이 실제 수행한
활동인지를 확인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지만, 이에 비하면 융합적인
질문이 들어있는 제시문 기반 면접은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원으로 달려가 배워야 할 정도는 아니고,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 충분히
사고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기출문제와 출처를
수록한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고려대
인재발굴처 사이트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밖에도 새로운 입시 제도에 대한
일선 고등학교와 수험생들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 완성된 인재보다 가능성 있는 학생을 선발해 키우는 것이 목표
고려대는 올해 정시 포함 전체 인원의
61.56%, 수시 인원의 73.27%를
학생부종합으로 선발한다. 세부 전형별로
살펴보면 고교추천Ⅱ 1100명, 일반
1207명, 사회공헌Ⅰ 25명, 사회공헌Ⅱ 25명을
모집한다. 지난해 505명(13.19%)을 선발하던
융합형인재를 폐지하고 고교추천Ⅱ를
신설했다. 네 전형 모두 수능최저가
존재한다. 일반과 고교추천Ⅱ는 교과전형인
고교추천Ⅰ과 함께 서로 중복지원이
불가능하다.
정시 학생들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수능 최저 기준이 있다. 양 처장은 “수능
최저를 적용하지 않으면 지원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제한된 시간 안에 알차게
진행해야 할 서류평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 수능최저의 수준을
가늠한 결과, 최대 3만이 인재발굴처가
설계한 학생부종합 서류평가를 감당해낼 수
있는 인원 수라고 한다.
정성평가로 진행되는 학생부종합 전형은
선발기준이 모호하다는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처할 인재를 선발하는 데 최선의
전형방법이라는 데는 많은 대학들이
동의한다. 일선 고교에서도 학교 생활을
입시에 접목한 합리적인 전형 방법이라며
반기고 있다.
양 처장은 무엇보다 하나의 잣대로 학생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방식이 달라진 환경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험성적으로 학생을 줄 세워
선발하는 방식과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그 결과로 선발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는 능동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동적인 인재선발과정에서는 현재 학생이
지닌 문제해결능력 위주로 평가하지만,
능동적인 인재의 선발 과정에서는 문제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미래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이 한 학생 안에
내재되어 있는지를 평가하게 됩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습득된
지식을 계발하고, 또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역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평가와 다면적
정성평가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제도를 통해 고려대가 기대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 발굴이다. 이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수년간 축적된 입시관련 데이터 파일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시행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양 처장은 “이미
완성된 인재가 아닌, 미래가 기대되는 학생을
선발해 키우고자 하는 고려대의 앞선 노력이
우리나라 입시 제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