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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에이저’의 꿈, 심리학으로 꾸다
  • 글쓴이 : 고대 TODAY
  • 조회 : 1247
  • 일 자 : 2020-10-23


최준식 교수(심리학과)
'수퍼 에이저’의 꿈, 심리학으로 꾸다

 


고려대 중앙도서관(대학원)은 1937년 개교 30주년을 기념해 민족 성금을 모아 건립한 역사적 공간이다.
지난 7월에 고려대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을 위한 대학의 혁신’ 심포지엄에서 심리학과 최준식 교수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행복은 과연 과학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인문학적 고민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그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최 교수는 “행복은 누구나 꿈꾸지만, 저마다 삶의 가치가 다르고, 만족도가 달라 쉽게 측정하고 정의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인류 최대의 난제 중 하나”라며, 대학이 가진 여러 인프라를 활용한 융복합적인 차원에서의 ‘행복 연구’를 제안했다.

저명한 심리학자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에 따르면 행복은 경험과 기억으로 나뉜다.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A와 B, 두 사람에게 대장 내시경을 받게 했다. 요즘 일반화된 수면 내시경이 아닌 상태에서, 피실험자들은 매 60초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며 실험을 이어 갔다.
A의 경우, 검사 시간은 짧았지만 가장 고통의 강도가 큰 시점에서 종료했고, B는 두 배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뒤에 가서는 고통이 완화되도록 조절했다. 검사가 끝난 후 ‘이 검사를 다시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쪽은 B였다. 긴 시간 괴로움을 견뎌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였다.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온 것은 바로 검사 경험의 ‘끝 지점’이었다. 비록 전반적인 고통의 양은 B가 더 많았지만 마지막에 절정의 고통을 경험한 A가 더 부정적으로 기억하게 된 것이다. 군 복무를 마친 남자들이 군 생활 당시에는 괴롭다고 보고하면서도 나중에 회상할 때는 좋은 추억으로 떠올리는 것도,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제대 무렵에는 ‘말년 병장’으로 비교적 편안한 시기를 보내다 전역했기 때문인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 실험 결과는 우리가 막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행복이라는 개념이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뜻밖의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심리학이 당장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마법의 공식을 내놓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조금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안할 수는 있다는 거죠. 행복에 대한 욕구는 인문학적이지만 그 해답은 과학에서 나와야죠.”

행복 연구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그룹은 노년층

그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으레 따라붙는 ‘국민들의 행복지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가치를 두는 부분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도 달라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행복 방정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다만 굳이 우선 순위를 정해보자면 행복에 관한 연구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집단은 노년층”이라고 덧붙였다.

“젊은이들도 힘들다고 하지만 그들에게는 젊음이 있잖아요. 우리가 노인이라는 말을 들을 때 떠올리는 몇 가지 감정들이 있지요. 늙고, 병들고, 부양해야 하는 존재 등 이런 부정적인 정서는 일종의 학습을 통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걸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부정적인 표현들 대신 긍정적인 정서와 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을 무조건 돌봄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복된 노년이라고 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안하게 쉬는 것을 생각하죠? 그런데 최근 이런 패러다임을 깨는 연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보다 20세 이상 어린 사람들의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을 가진 노인들을 수퍼 에이저(Super-ager)라고 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새롭고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도전적인 태도라는 겁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보세요. 70년대에 이미 배우로 정점을 찍었지만 아직도 배우로 감독으로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1930년생이니 올해 90입니다. 진정한 수퍼 에이저죠. 심리학에서 수퍼 에이저 연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분명히 수퍼 에이저들이 늘어날 겁니다. 노년은 슬퍼하고 걱정해야 할 내리막이 아니에요. 거기에 심리학이 큰 기여를 할 겁니다.”
그는 “연구의 한 예로 수퍼 에이저들의 인지기능 중에서 특히 ‘에피소딕 메모리(삽화적 기억)’사 뛰어나다는 결과를 발견했다”며, “어떤 사건에 대해 단편적인 기억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연결해 기억하고 풀어내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착안해 고려대 심리학과 최기홍 교수가 어르신들에게 에피소딕 메모리 훈련을 시켰는데 인지 기능 뿐 아니라 정서 기능까지 증진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이런 훈련과 연구에 로봇이 활용될 계획이다.
“인간과 언어 및 동작을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소셜 로봇’의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첨단 기술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난제에 동원되는 셈이죠. 아직 갈 길은 멀어요. 그렇지만 이런 난제를 풀 수 있는 곳은 대학밖에 없습니다. 제가 ‘KU Super Ager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이유입니다. 이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심리학, 생물학, 의학, 컴퓨터 공학, 인공 지능, 자연언어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역량을 가진 저희 고려대가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문제를,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면, 21세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우리나라가 수퍼 에이저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