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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뇌과학자의 멈추지 않는 도전 - 조장희 석좌교수
  • 글쓴이 : 고대 TODAY
  • 조회 : 2510
  • 일 자 : 2020-05-21


Scientist
세계적인 뇌과학자의 멈추지 않는 도전
공과대학 녹색생산기술연구소 뇌융합센터 조장희 석좌교수

 


그의 사전에 ‘잘 나가던 왕년’이란 없다. 지난해 12월 고려대 석좌교수로 부임해온 그는 현대 인체 영상기기의 ‘삼총사’인 CT와 MRI, PET를 모두 개발해본 세계 유일의 과학자다.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에 가장 접근한 학자라는 말을 숱하게 듣고도, 그가 인정하는 건 자신이 개발한 것들이 고령화 시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 정도다. 그에게는 오직 현재뿐이다. 왕년을 들먹이는 대신 청년의 삶을 여태 산다.

몸소 체험 중인 ‘과학 고대’의 이름

자신이 찍은 사진 한 컷을 보여주며 그가 말한다. 오래도록 소망해온 일이 드디어 이뤄진 느낌이라고. 휴대전화에 저장해놓은 그 사진은 거의 모든 연구실이 별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신공학관의 외관이다. 연구에 매진하느라 밤이 깊은 줄도 모르는 고려대의 과학자들. 부임해온 지 이제 겨우 한 계절이 지났지만, ‘과학 고대’라는 이름을 그는 몸소 체험 중이다. 그 사진을 찍었다는 건 그도 그 시간까지 연구실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든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 묵묵히 매진하는 것. 그에게는 그것이 행복이다. 돈도 명예도 그것만 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MRI 연구 동료인 이해근 교수(고려대 신소재공학부)가 새로운 연구를 함께해보자고 하시기에 기쁜 마음으로 고려대에 왔어요. MRI 핵심부품이 마그네트인데, 보통은 액체 헬륨과 액체 질소로 그걸 만들거든요. 하지만 이해근 교수가 연구 중인 건 액체 헬륨 없이 액체 질소만으로 만드는 거예요. 이곳 뇌과학융합센터에서 그 연구를 함께해나갈 거예요.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연구를 일생 동안 해오고도 그의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결할 문제가, 도전할 과제가, 끝없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게 싫지 않다. 싫기는커녕 문제를 해결하고 과제에 도전할 때가 그는 가장 행복하다. 전 세계 누구도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14T MRI’에도 도전장을 내밀 생각이다. 지난 10여 년간 그가 다뤄온 건 ‘7T MRI’다. 목표치를 두 배로 올린 것이다. 도달할 곳이 저기 있어서, 그는 또 가슴이 뛴다.



외길에서 ‘새 길’을 열어온 반세기

그는 현대 인체 영상기기의 ‘삼총사’ 격인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자기공명단층촬영(MRI) 장치를 모두 개발해본 세계 유일의 과학자다. 그 가운데 PET는 1975년 그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가 연구에 참여한 CT가 1972년에 탄생했으니, 불과 3년 만에 또 한 번 파란을 일으킨 셈이다. 1985년엔 한국 최초로 MRI를 개발하고 도입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 인간의 뇌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관련 질환을 진단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게 끝이 아니다. 2007년엔 PET-MRI 융합진단기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PET의 장단점과 MRI의 장단점을 모두 알았기에, ‘감히’ 두 가지를 결합할 시도를 한 것이다. ‘앎’에서 얻은 용기로 최초의 역사를 꾸준히 써 내려간 그를 세상은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에 가장 접근한 학자’라 불러왔다. 하지만 그는 정작 고개를 젓는다. 괜한 겸손이 아니라 ‘확률’에 근거한 판단이다.

“미국학술원 정회원이 5,000명이에요. 그들 대부분이 해마다 10월이면 혹시 자기가 노벨상을 타지 않을까 기대해요.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거꾸로 노벨상에 대한 기대를 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개발한 기기들이 고령화 시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큼은 나도 인정해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등에 걸린 것이 맞는지, 아니면 유사한 증상이 잠깐 나타난 건지 기계로 찍어서 구분해주는 거잖아요. 그 질환이 맞는다면 치료를, 아니라면 예방을 하게 해주는 거죠. 큰 상을 타거나 명성을 얻는 것보다, 누군가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했다는 것이 저는 더 기뻐요.”

 

그는 이른바 ‘세계시민’이다.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한 그는 서울대 공대 대학원 졸업을 앞둔 1962년 스웨덴 웁살라대학으로 건너갔다. 1년짜리 단기 연수로 떠났다가 그를 눈여겨본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스톡홀름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고, 1972년 UCLA 부교수로 스카우트되면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부턴 승승장구였다. 43세에 미국 10대 명문인 컬럼비아대학의 정교수가 됐고, 61세엔 세계 석학들의 모임인 미국학술원 정회원이 됐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있으면서 한국 카이스트 교수를 겸직한 그는 20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연구를 이어갔다.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건 2004년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으로 부임하면서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선구자로서, 해외에서 쌓아온 지식을 고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꺼이 쓰고 있다.

과학의 샘에서 철학의 물을 긷다

“살아보니 눈앞의 이익보다는 정직한 편에 서야 최후의 승자가 되더라고요. 뇌과학 차원에서도 그래요. 거짓말을 하면 뇌가 벌겋게 달아오르는데, 그건 뇌가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삶엔 편법의 유혹이 참 많잖아요. 정직함으로 그 순간을 이길 수 있어야 해요. 당장 얼마를 챙기려다 인생을 망치기 싫다면 말이에요. 특히 학문의 세계에선 정직함이 생명이에요. 거짓으로 쓴 논문은 금방 들통나게 마련이거든요. 하던 연구가 잘 안됐으면 논문에 ‘잘 안됐다’고 투명하게 밝혀주는 게 맞아요.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가 ‘정직’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철학은 다름 아닌 ‘긍정’이다. 살다 문득 나쁜 일이 생기면 그는 ‘좋은 일이 곧 생기려나 보다’ 생각한다. 오만 가지 일이 다 일어나는 게 인생인데, 그때마다 실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회는 자꾸 온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이미 안다. 절망의 늪에 주저앉을 시간에, 희망의 숲을 찾아 떠나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30-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평생토록 연구를 하며 살아가니 이만한 복이 또 있을까 싶어요. 나이가 들었거나 은퇴를 했다고 오래 해온 일을 그만두는 건 좋지 않아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 그게 즐겁게 나이 드는 비결이라 믿어요.”

눈부신 청년의 삶을 여태 살아가는 그는 사실 ‘당돌한 소년’ 출신이다. 광복 직후 친구들과 남산에 올라가면 미군들이 쓰던 배터리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그걸 주워와 전깃불을 밝힐 때마다 부모님의 칭찬이 쏟아졌다. 그렇게 알게 된 미군들이 새 배터리를 선물로 주면, 배터리를 라디오 부품으로 바꿔와 조립했다. 몰입의 재미가 쏠쏠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학한 대학 시절엔 산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거친 암벽을 만나거나 험한 고개를 오르던 경험이 현재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어느덧 팔십 대 중반이지만 그의 얼굴엔 여러 나이가 공존한다. 소년의 장난기와 청년의 혈기, 노년의 온기가 모두 그의 것이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가 문득 부러워진다.



조장희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웨덴 웁살라대학교(UPPSALA UNIVERSITY)에서 응용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스톡홀름대학교와 UCLA, UCI, COLUMBIA 대학교, KAIST 등에서 교수를 역임하였다. 1972년에는 CT(COMPUTED TOMOGRAPHY) 의 수학적 해법을 밝혀냈으며, 이어서 세계 최초로 원형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와 2T MRI, 7T MRI를 개발하였다. 미국 최고권위 학술원(NATIONAL ACADEMIES)의 정회원이기도 하며 한국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학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2004년 귀국하여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석학 교수를 역임하고 현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녹색기술생산연구소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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