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인성교육에 주목하는 이유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중 하나가 사회 일자리영역을 인공지능이 대체해 나가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노동직이었지만 지금은 전문직마저도 위협을 하고 있어요. 지금 대학생들은 인공지능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능력을 지녀야 인재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답을 집단지능 속에서 찾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이 그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모두 함께 집단지성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집단지성의 과정 속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브레인스토밍과 하트(Heart)스토밍이다.
“브레인스토밍은 생각을 공유하면서 더 창의적인 발상을 하도록 돕는 것. 집단지성이라 하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이념, 다른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융합의 시너지효과가 나옵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갈등이 발생하겠죠. 그들이 함께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여기서 바로 하트(Heart)스토밍이 나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인성이라 부릅니다. 최고의 창의력을 위해 필수적인 핵심능력, 이것이 바로 관계조율 즉 타인과 더불어 사는 능력입니다.”
최첨단 기술과 기계가 보편화되는 인공지능사회에서, ‘인성’ 이란 말은 때로 아날로그적인 시대에 뒤떨어진 단어로 오해받기도 한다. 조벽 교수는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 중에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귀국해서 얼마 안됐을 때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실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인가요? 인성이 좋다는건 그저 자존심 굽히고 남의 비위나 맞추면서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모습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라며 “미래시대는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인성은 필수”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시대에 따라 교육도 변해,
인성교육은 행복한 자아실현을 이루는 지도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을 치른 후 불과 한 세대 만에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루어 낸 나라입니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 기적의 밑바탕에는 다음 세대의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합의와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조벽 교수는 우리에게는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교육만은 놓지 않았던 것이 오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장소와 그 시기에 올 수 있는 사람에게 가르치는 3W(Whenever, Wherever, Whoever) 교육이었지요. 전쟁이 끝나고는 엄청나게 많은 학교를 짓고 3S(Same Time, Same Place, Same Age)식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3A(Anytime, Anywhere, Anyone)식 교육을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에 아무 장소에서나 아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거죠. 이러한 교육에 대한 투자로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와 함께 우리의 삶도 변했다며 물질적 빈곤시대에서 정신적 빈곤시대로, 그 다음은 영적 빈곤 시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물질적 빈곤을 채우는 웰빙, 즉 안전한 의식주를 확보하고 난 이후의 힐링이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힐링 다음에는 무엇일까요? 안락이 아닐까요? 안락이란 결국 행복입니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피라미드*’라는 것을 보면 가장 꼭대기에 자아실현이 있습니다. 자아실현 다음에는 자기초월, 도덕이 있다고 했습니다. 즉, 욕구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는 인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는 인성은 궁극적으로 행복과 직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 행복을 혼자 이룰 수 없고, 자신을 초월해야만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아실현이란 곧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꿈을 이루어나가는 것입니다. 그 자아실현의 의미가 나 혼자 잘먹고 잘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크고 높은 것을 지향하는 자기 초월적 의미를 가져야 합니다. 자기초월은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인성교육 세 가지
자기조율, 관계조율, 공익조율
앞서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교육의 가치가 변화한 지금, 그는 20대의 젊은이들이 지금 당장 익혀야 할 세 가지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꽃을 피우기 위해 그 토양에 물과 거름을 주듯 인성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성이라는 꽃이 저절로 피울 수 있도록 그 토양과 뿌리에 무엇인가를 해줘야 해요. 바로 삼율로요.” 조벽교수가 말하는 삼율은 자기조율과 관계조율, 공익조율을 말한다.
“이 세 가지는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하버드대학의 경우는 이 세 가지를 명확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첫째,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건 제가 말씀드린 자기조율에 해당돼요. 스트레스가 많으면 창의적이지 않죠. 스트레스를 조율한다는 건 창의성을 위한 기반인 것이에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조벽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청소년기에 대부분 게임이나, SNS,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있고, 운동이나 여가 활동을 통해 제대로 스트레스 관리를 하고 있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두 번째는 관계조율과 연관된 것인데, 하버드는 이를 ‘다른 사람들이 너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인가?’ 라고 질문을 던져요. 한마디로 집단지성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인가, 단순히 남과 함께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거죠.” 그는 최근 우리 사회의 혼족(나홀로족)들이 넘쳐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함께 할 수 있는 기술을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고, 혼자서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면 관계 조율에 대해 배울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피라미드
인간의 욕구는 위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하위 단계의 욕구 충족이 상위 계층 욕구의 발현을 위한 조건이 된다는 매슬로우(Maslow)의 동기 이론.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하버드 대학은 ‘당신은 기여하면서 사는 사람인가?’ 라고 물어요. 이 부분이 바로 제가 말하는 ‘공익조율’과도 연결되는데요. 기여한다는 것은 헌신과 봉사가 아니라 쓸모있고 이로운 사람이 되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하죠. ‘공부해서 남주냐, 앉아서 공부만 해. 너를 위해 주변에 있는 자원을 모두 이용해라…’ 이런 말들은 기여하는 것이 아닌 기생하는 삶이에요. 있는 것을 가져다 쓰기만 하는 것은 기생이라 할 수 있죠.”
그는 공익을 위해 조율해 나가는 것을 뜻하는 공익조율은 집단지성의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공익조율에서는 단순한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공익조율은 일방적으로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이타심의 뜻이 아닙니다. 공동체 이득이 바로 나의 이득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바로 공익조율이에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득보다 좀 더 통 크게 계산해 순간적으로 조금은 손해 보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자기에게도 이득이라고 생각할 줄 아는 힘이 즉 공익조율 능력입니다.”
조벽 교수가 제안한 삼율만 보아도 인성이란 결코 막연한 도덕적 개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역량과 기술을 익혀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인성도 실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랜 시간을 걸쳐 연습해야 터득할 수 있는 것을 일컬어 우리는 보통 실력이라고 하지요. 인성도 타고난 기질이나 자질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마해야만 얻을 수 있는 실력이에요.”
삼율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법 ‘육행’
조벽 교수가 인성교육의 실천전략으로 내세운 육행은 이러한 삼율을 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법이다. 육행은 자율인과 합리, 긍정심, 감정코칭, 입지, 어른십의 총 여섯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을 알고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며 외부 자극에 대한 본인의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 삼율의 자기조율과 연결된 ‘자율인’의 뜻이다. 선택의 여지를 지니고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이루는 ‘합리’ 또한 자기조율을 위한 필수 능력으로 손꼽힌다.
“우리가 서로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상대방에게 잘 베풀어야 소통도 가능하고 관계조율도 잘할 수 있습니다. ‘긍정심’이 없으면 제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꼬아 듣거나 저의를 의심하게 되니까요. ‘감정코칭’도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관계조율과 관련되어 있어요.”
공익조율과 연결된 것은 자신의 꿈을 보다 더 큰 곳에 두고 혁신하는 ‘입지’와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고 나눔과 베풂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어른십’으로 육행을 설명했다.
“어른과 어린애는 무엇이 다를까요? 어린애는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만 챙기고, 어른은 이를 어린애한테 주려고 합니다. ‘Take’가 아니라 ‘Give up’의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해요. 아이가 이러한 어른으로 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지요.”
대학이 변하면 대한민국 교육이 변한다
조벽 교수는 고려대학교 도서관은 전국민의 기여로서 탄생한 것이라며 자유 정의 진리의 고대는 역사와 전통속에 이미 삼율의 인성 가치가 녹아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놀라운 전통이 역사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모든 학생의 생활에 반영되길 바랍니다. 우리 고대생들이라면 타고난 지적능력을 본인만을 위해서 쓰기에는 이미 너무 큰 능력을 가졌습니다. 기생이 아닌 기여하는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집단, 학연, 지연, 혈연으로 똘똘 뭉쳐 기득권 유지에만 목표를 두고 있는 기성세대를 보고 배우지 말고, 삶의 더 큰 의미를 찾아 인생의 방향성을 생각하고 그에 맞는 방향을 찾는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조벽 교수는 대학이 먼저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새로운 교육을 시도한다면 우리의 교육은 얼마든지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지식은 책과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오로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집니다. 먼저 어른이 된 사람이 그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요. 고대생들이여 그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최고의 멘토가 되십시오. 큰 뜻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이롭게 할 희망의 멘토가 되세요.”
[조벽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미시간공과대학에서 20년간 교수와 옴부즈맨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심리학자인 부인 최성애 박사와 함께 국내에서 HD행복연구소를 운영하며 행복씨앗심기를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