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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KU]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세린, 정시윤, 최유정을 만나다
  • 글쓴이 : SPORTS KU
  • 조회 : 2885
  • 일 자 : 2019-08-07


SPORTS KU
학생 그리고 국가대표, 그 두개의 타이틀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세린, 정시윤, 최유정을 만나다.

 


“우리 반에 국가대표가 있다고?” 새 학기 시작 후 한창 학교생활에 적응할 시기인 3월에 돌연사라지는 그들을 향한 친구들의 반응이다. 여느 대학생처럼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놀러 다니길 좋아하는 그들은 4월에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3월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그들은 2019년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에 입학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세린, 정시윤(이상 국스19), 최유정(산업경영공학부19)이다.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가 되어 2018년 평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들. 수많은 학생 사이 숨은 올림피언 세 명을 SPORTS KU가 만나봤다.

STAGE1. 이 자리에 오기까지


김세린 “나에게 아이스하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2000.04.03
포지션 DF
학력 경희여자고등학교-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과

친오빠(고려대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김세형(체교15))의 훈련을 구경하러 링크장에 갔던 것이 김세린과 아이스하키의 첫 만남이었다. 활동적인 아이였던 김세린은 시원한 링크장과 아이스하키의 터프함에 매력을 느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오빠를 따라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2012년, 국가대표 공개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되며 어린 나이에도 두각을 드러냈다. 올림픽 준비 기간 중 유망주로 선정되며 아이스하키 유학을 가기도 했다. 하키 종주국 캐나다에서 체계적인 훈련과 다수의 경기를 통해 김세린의 기량은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인 수원시청에 입단했다.

유정 says: 세린이는 힘이 엄청 좋아요! 외국 선수들과 몸으로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선수예요.
시윤 says: 힘이 정말 좋고 경기장에서 정말 냉정하고 무서워요. 가끔은 화를 낼 때도 있어요.(웃음)


정시윤 “나에게 아이스하키는 ‘첫 번째 꿈’이다”
2000.09.08
포지션 FW
학력 안양여자고등학교-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과

초등학교 1학년 아빠와 함께 갔던 호수공원에서 우연히 인라인 하키경기를 보고 인라인 하키에 입문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더 많은 클럽팀이 있는 아이스하키로 전향했다. 아이스하키에 매료된 정시윤에게 한 가지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2018년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이날부터 정시윤에게는 올림픽 무대라는 꿈이 생겼다. 초등학교 시절 국가대표로 발탁되지 못했지만 좌절하지 않았고, 남자 아이스하키 팀이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하면서까지 운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정시윤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소속 중학교와 여자 국가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홍일점 선수로 출전하며 활약을 펼쳤고, 이 경기를 계기로 대표 팀에 합류하게 됐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무대인 평창 올림픽에서 공격수로 뛰게 됐다.

세린 says: 시윤이는 평소에 굉장히 4차원이에요. (웃음) 경기장 안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할 때가 많아요.
유정 says: 시윤이는 스케이팅이 빠른 게 장점이에요. 경기장 밖에서는 정말 활발하고 분위기를 잘 띄우는 친구예요.(웃음)


최유정 “나에게 아이스하키는 ‘일상 속 즐거움’이다”
2000.03.27
포지션 FW
학력 남양주별내고등학교-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어릴 적부터 스케이트를 즐겨 타던 최유정은 초등학교에 아이스하키 팀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고 아버지의 권유로 클럽팀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중학교 2학년,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던 최유정에게 서울에서 열리는 여자 아이스하키 리그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다. 리그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은 최유정은 대표 팀에 합류했다. 최유정은 국가대표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학업을 놓지 않았다. 고된 훈련 후 학교에 돌아오면 밀린 학업에 전념했다. 그 결과 전교 2등까지도 차지하며 상위권 성적을 이어갔다. 운동 이외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최유정은 올림픽 이후 여러 진로를 놓고 고민 끝에 높은 학업 성적을 바탕으로 고려대 산업경영공학과에 입학했다.

시윤 says: 유정이는 센스있는 플레이가 장점이에요.
세린 says: 유정이는 평소 성격이 우유부단해요.(웃음) 경기장 안에서는 욱하거나 하지 않고 평정심을 잘 지켜요.

STAGE 2. 두 개의 타이틀, 학생 그리고 국가대표

Q. 국가대표로 선발됐을 때 소감이 어땠는가?
정시윤(이하 시윤): 진짜 좋았어요.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것 즉,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나요.
최유정(이하 유정): 어려서 실감이 안 났어요. 세계대회에 나갈 나이도 되지 않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사실 와 닿지 않았어요.
김세린(이하 세린): 어렸을 때 돼서 신기하면서도 언니들을 잘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세계선수권대회, 친선전 등 매년 여러 경기와 훈련 일정이 있는데 중, 고등학교 재학 시절 어떻게 학업을 병행했는가?
유정: 대표 소집 후 학교로 돌아가면 중간고사가 2주 정도 남아이었어요. 밀린 수행평가를 하고 2주 동안 중간고사에 매진했어요. 사교육의 힘을 꽤 빌렸어요. (웃음)
시윤: 저는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수행평가를 다 끝내놨어요. 그리고 다시 학교로 복귀 후 1주일동안 친구들의 필기를 열심히 베꼈죠. 그 외에 저도 사교육의 힘을 빌렸어요. (웃음)

Q.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시윤: 처음에는 많이 신기해했죠. 보통 개학하고 1주일 있다가 전지훈련을 하러 갔는데, 훈련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면 반에 국가대표가 있다고 소문이 나 있었어요. 다른 반 애들이 우리 반까지 구경하러 오기도 했어요.
유정: 처음에는 신기해하다가 친구들도 점점 익숙해졌어요. 보통 5교시 끝나고 훈련을 위해 조퇴하는데 가끔 훈련을 안가고 수업을 듣는 날에는 친구들이 ”어! 오늘은 왜 안 갔어?“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훈련 기간이 끝난 후 오랜만에 등교하면 ”어! 오늘은 학교 왔네!“라고 하기도 했어요.

Q. 중, 고등학교 시절 일반 학생들과 다른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아쉬웠던 점은 없는가?
세린: 대표팀 훈련으로 인해 수련회랑 수학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요.
시윤: 수업 끝난 후 친구들끼리 놀면서 친해지곤 하는데 저는 그런 추억이 없어 아쉬워요.

Q. 왜 고려대를 선택했는가?
세린: 오빠의 영향이 커요. 오빠가 농담 식으로 ”너도 고려대 와야지~“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려대에 온 것 같아요.
시윤: 성적 맞춰서 넣었어요. (웃음) 농담이고 고려대가 운동선수들에게 지원을 많이 해준다고 들었어요. 특히 체육특기생들을 많이 배려해준다고 해서 고려대를 선택했어요.
유정: 중학생 때 국가대표 언니들이 경기에 나가면 운동할 곳이 없어 고려대 아마추어 아이스하키 동아리 티그리스에서 운동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려대에 애정을 가졌고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을 보면서도 항상 고려대를 응원했어요. 그래서 당연하게 고려대에 오고 싶었어요.



Q. 지금까지의 대학 생활은 어떠한가?
유정: 과제에 치여 살아요. (웃음) 하고 싶은 활동들이 많았는데 4월에 세계 선수권 대회가 있어서 3월에 모집하는 동아리나 학생회에 참가할 수 없었어요.
세린, 시윤: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학교 활동뿐만 아니라 학과 새내기 배움터도 훈련 일정과 겹쳐서 가지 못했는데 많이 아쉬워요.

Q. 현재도 선수 생활을 병행하고 있나?
시윤, 유정: 지금은 대표팀 휴가 기간이라 훈련은 쉬고 있어요. 다시 대표팀에 소집되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태릉 선수촌으로 가서 훈련하게 돼요.
세린: 저는 최근 창단된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 팀에 소속돼 있어서 이번 달부터 대표팀 소집 기간이 아니어도 수원시청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어요.

Q. 지금까지 뛰었던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시윤: 올림픽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고 올림픽을 위해 국가대표가 됐기 때문이에요.
세린: 저도 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4년 동안 올림픽을 위해 팀원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해왔는데 한 달을 앞두고 남북 단일팀이 결성돼, 4년간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어요.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유정: 저는 아시안게임 일본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팀원들이 죽기 살기로 경기에 임했어요.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실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패배해서 많이 아쉬웠어요. 하지만 다 같이 한마음으로 경기를 뛰었던 경험은 잊히지 않아요.

STAGE 3. 우리들의 올림픽



Q. 2018년 평창 올림픽서 남북 단일팀으로서 경기를 뛰었다. 단일팀이 결성됐을 때의 기분이 어땠나?
세린: 4년간 준비한 걸 100% 보여주지 못하게 돼서 허무했어요. 오히려 남북 단일팀을 더 빨리 결성했으면 훈련을 함께 하며 합을 맞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것 같아요.
유정: 여자 아이스하키를 이슈화시켜 이벤트성 경기로 만든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시윤: 함께 올림픽을 바라보고 훈련한 선수들 중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생겨서 아쉬웠어요.

Q. 북한 선수들은 어땠나?
세린: 북한 선수들이 오기 전까지는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다들 인간적이고 순박했어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Q. 북한 선수들과 생활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유정: 그 당시 북한 선수 중에 생일인 선수들이 많아서 함께 축하해줬어요. 북한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는데 우리가 흔히 부르는 노래와 달라서 신기했어요.
세린: 북한 선수들은 영어를 쓰지 않아서 아이스하키 용어들이 모두 순우리말이었는데, 그게 신기했어요. 예를 들어 ‘골리’는 ‘문지기’, ‘페이스오프’는 ‘시축’이라고 불렀어요. 서로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감독님이 용어들을 써서 벽에 붙여놓기도 했어요.

Q. 평창 올림픽 단일팀을 이끌었던 세라 머레이 감독이 선수들의 집단 항명으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언론에서는 선수들이 머레이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 기용방식, 그리고 훈련 수준에 불만을 가졌다는 보도를 했는데, 실제로는 어떤 상황이었나?
유정: 감독님이 큰 노력을 해주셨지만, 저희 내부에서는 부족함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새로운 감독 아래에서 배우고 싶었어요. 선수와 감독 사이의 의사소통과 유대관계도 부족했고 경기 도중, 경기마다, 라인 교체가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해서 변화를 주길 바라는 저희의 의사 표현이었어요.

Q. 현재 국가대표팀의 분위기는 어떤가?
유정: 지금 대표팀은 과도기에 있어요. 감독, 스태프가 모두 바뀌고 전체적인 세대교체로 팀 분위기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어요.

FINAL STAGE. 우리, 그리고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미래

그동안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는 실업팀, 프로팀은 물론 학교 팀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불안한 환경 속 세 선수가 그리는 미래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는 달랐다. 정시윤은 ”사실 올림픽 이후 운동을 그만두려 했지만, 국가대표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하고 싶어요. 일단은 공부를 병행하면서 체육 교육 분야로 진출하고 아이스하키 지도자가 되고 싶기도 해요“ 라고 말했다. 김세린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아이스하키에 전념하고 싶어요. 아직 뚜렷한 진로가 없어요“라며 일반 대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드러냈다. 유일한 비 체대생 최유정은 ”학교 공부를 병행하며 진로를 찾아보려고 해요“라며 아이스하키에 국한되지 않은 미래에 뜻을 보였다.

세 선수는 최근 수원시청팀 창단을 비롯한 여자 아이스하키의 변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드러냈다. 세 선수는 실업팀 창단을 환영하면서도 ”실업팀보다 학교 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때까지 남자 팀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다가 고등학교 여자 학교 팀이 없어서 그만두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라며 학교팀 창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친오빠의 훈련, 우연히 생긴 초등학교의 아이스하키 팀, 아빠와 함께 본 인라인 하키 경기. 세 사람이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모두 달랐다. 우연하지만 운명적이었던 아이스하키와의 만남은 그들에게 국가대표와 올림픽 무대를 꿈꾸도록 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2018년 평창 올림픽 무대에 한 팀으로 서며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올림피언이 됐다. 올림픽 이후 성인이 되고 다시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한 지금, SPORTS KU가 만난 세 사람은 여느 대학생들처럼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며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이 앞으로 걸을 길은 평범한 엘리트 올림피언들과는 매우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느 길을 걷던,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올림피언의 도전정신과 자부심은 이들을 빛나게 할 것이다.

 

글: 김주연, 정수지

사진: 한지훈/ Google Image

[출처: SPORTS KU, JUNE. VOL.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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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02-3290-1063 E-mail: hongbo@korea.ac.kr 수정일자 : 2020-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