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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 나란히 장학금 기부한 스승과 제자
  • 글쓴이 : 고대 TODAY
  • 조회 : 2806
  • 일 자 : 2019-08-01


Donor's Interview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나란히 장학금 기부한 스승과 제자, 김정환 명예교수(교육학과)와 강선보 명예교수(교육학과)

 


한 사람이 먼저 걷는다고 ‘동행’이 아닌 것은 아니다. 김정환 명예교수와 강선보 명예교수는 오랜 세월 ‘뜻’을 함께해온 사이다. 스승이 가는 길을 제자가 뒤이어 걸으면서, 교육철학의 숲을 두 사람은 함께 가꿔왔다. 사제의 동행은 단지 ‘배움’에 머물지 않았다. 김정환 교수가 후학 양성을 위해 1억 원을 쾌척하자 강선보 교수가 4천만 원을 기부하며 스승의 뜻에 동참한 것이다.
‘나눔’으로 완성된 두 사람의 동행 속으로 지금 들어간다.

교육철학의 맥을 이어가는 꿈

우리 나이로 올해 구십 세인 김정환 명예교수는 지금 건강이 좋지 않다. 아들 김제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가 아버지 대신 인터뷰에 응한 것은 그 때문이다. 명절마다 스승의 댁으로 인사를 하러 갔던 강선보 명예교수는 김제완 교수가 중학생일 때부터 내내 얼굴을 봐왔다. 친근함과 정겨움으로 서로를 반기는 두 사람이다. 제자는 스승과의 지난날을 추억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오랜 뜻을 회고한다. 이 자리에 계시지 않는데도, 김정환 명예교수의 존재감이 오롯하다.



“지난 봄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아버지께서 당신의 인생을 정리하시면서, 학문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고려대에 장학 기증의 뜻을 밝히셨어요. 아버지께서 한평생 연구하신 교육철학은 실용학문이 아니라 기본학문이에요. 고려대는 그동안 훌륭한 교육철학자를 많이 배출해왔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육철학을 전공하려는 제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상황에서 교육철학 학맥이 공백 없이 이어지기를 아버지께선 간절히 소망하셨어요. 때마침 제자이신 강선보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하시자 마음이 조급해 지신 듯해요.” 김제완 교수의 말에 강선보명예교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강선보 교수에 따르면 교육학의 여러 갈래 가운데 교육심리, 교육행정, 교육과정 등은 사회과학이고 교육철학은 ‘순수 인문학’이다. 실용성이 적은 까닭에 교육철학은 외부로부터 수주해올 수 있는 연구용역이 현저히 적다. 교육철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으려는 학생이 갈수록 줄어 드는 이유다.

“교육철학은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이에요. 스승께서 장학금 취지서에 쓰신 대로, 교육학은 참된 사람을 기르는 학문입니다. 그 가운데 교육철학은 참사람을 ‘일깨우는’ 분야예요. 고려대의 학문 풍토인 인간주의 교육도 바로 그 교육철학에서 비롯된 겁니다. 그토록 중요한 학문이 그 명성을 계속 이어가기를 은사님도 저도 간절히 소망해요.”

강선보 명예교수에게 김정환 명예교수는 ‘교사의 인격적 모범’과 ‘(교사와 학생의)인격적 만남의 관계‘가 교육에 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준 참스승이다. 그런 분의 뜻에 자신의 마음을 보태게 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강선보 교수는 이미 사범대학에 5천만 원, 교육학 과에 1천만 원을 기부한 바 있다. 퇴임하면서 은사의 기부 소식을 듣고 4천 만 원을 쾌척해 곧바로 그 뜻에 동참, 누적 1억 원을 기부했다. 단순한 나눔을 넘어 ‘따뜻한 동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기부한 장학금이 한꺼번에 크게 쓰이기보다, 등록금 낼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 고루고루 쓰였으면 좋겠어요. 경제사정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작지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아주 각별한 사제 관계

김정환 명예교수와 강선보 명예교수는 아주 각별한 관계다. 고려대에서 15년간 스승과 제자로 함께했던 두 사람은 <교육학개론>과 <교육철학> 두 권의 책에 공저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애초엔 공저가 아니라 단독 저서였다. 스승 인 김정환 명예교수가 먼저 쓴 책을 훗날 제자인 강선보 명예교수가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강선보 명예교수와 김정환 명예교수의 아들 김제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위 베스트셀러라 불리는 책들 가운데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잘 팔리는 책인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죠. 하지만 은사님께선 자신이 쓴 책의 절반을 기꺼이 덜어내고, 저에게 남은 절반을 쓰도록 하셨어요. 학문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서요. 그토록 의미있는 계승에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죠.”

공간에도 계승의 역사가 있다. 강선보 명예교수는 김정환 명예교수의 연구실을 물려받아 스승에게서 배운 모든 것들을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강선보 교수가 스승을 처음 만난 것은 1973년의 일. 그 시절의 일화 하나가 그의 뇌리에 아직 선명하다. “1학년 때 중간고사를 봤는데 은사님이 제게 100점을 주셨어요. 훗날 한 회고록에서 은사님이 쓰신 글을 읽었습니다. 고려대에 교수로 부임한 이후 100점을 준 것은 그 때가 처음이라고. 그 때 그 100점이 제게 엄청난 용기를 줬어요.” 

 

군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 강선보 명예교수는 이후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다시 돌아온 학교에선 김정환 명예교수가 ‘만남의 교육철학’을 때마침 가르치고 있었다. 참으로 감동적인 수업이었다. 고려대 교지에서 시행하는 논문 현상공모에 강교수는 그 주제로 논 문을 썼고, 그 논문이 당선되자 스승의 격려와 지지가 쏟아졌다. 같은 주제로 석사논문도 썼다. 등대같은 스승이었다.

 

1_김정환 교육학과 명예교수

2_1994년 교육학과를 졸업하는 제자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김정환 명예교수는 맨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제가 고려중학교를 나왔어요. 아버지의 제자들이 그 학교로 교생실습을 많이 나오셨는데, 강 교수님도 그 중 한 분이세요. 아버지가 강 교수님의 스승이라면 강 교수님은 제 스승이신 셈이죠. 명절마다 아버지를 뵈러 오시던 강 교수님 모습이 눈에 선해요. 두 분의 끈끈한 사제 관계가 언제나 보기 좋았어요.”

김제완 교수의 회고에, 강선보 명예교수의 눈빛이 아련해진다. 김정환 명예교수의 존재감이 그새 더 커져 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김정환 명예교수님께서는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시고 지난 7월 20일 별세하셨습니다. 본지 발행 이후 전해진 고인의 별세 소식에 편집팀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본 기사를 통해 故김정환 명예교수님의 깊은 뜻이 많은 고대인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아울러 각 가정으로 전달된 책자와 인터넷판의 기사가 다를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커뮤니케이션팀
Tel: 02-3290-1063 E-mail: hongbo@korea.ac.kr 수정일자 : 2020-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