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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미래를 개척하는 탐험을 시작하라! - 염재호 총장 인터뷰
  • 글쓴이 : 고대TODAY
  • 조회 : 1772
  • 일 자 : 2019-01-25


Special Interview
지금 당장, 미래를 개척하는 탐험을 시작하라!
염재호 총장 인터뷰

 


염재호 총장은
고려대 법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정경대학 행정학과 교수를 거쳐 제 19 대(2015.3~2019.2) 고려대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히토츠바시대와 쓰쿠바대, 호주 그리피스대, 영국 브라이튼대, 중국 인민대 와 북경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쳤다. 한국의 교육과 연구 발전을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한국고등교육재 단 이사, 한국과학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고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장, 국회 예산정책자문위원 등의 활동을 통해 국가정책을 자문했 다. 최근 젊은이들이 당당하게 미래를 향해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개척하는 지성》(2018)을 펴냈으며, 그 외 《現代韓國の市民 社會と利益團體》(2004, 東京: 木鐸社), 《일본 과학기술개발의 네트워크화 현황과 전망》(1997), 《딜레마 이론》(1994) 등이 있다.

2015년 제19대 고려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시고 벌써 4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대학이 바뀌면 사회와 국가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하셨는데요. 지난 4년간 고려대학교 안의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화두를 제공했다는 것이겠지요. 대학의 시스템을 20세기 패러다임에서 탈피해보려고 큰 노력을 했습니다. 인재발굴을 위한 노력이나 3무정책, 토론식 수업인 자유·정의·진리 수업 등 세부적으로 진행한 많은 정책이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 미래 교육의 큰 틀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이런 말을 했죠. “미래는 약한 자들에게는 불가능이고, 겁많은 자들에게는 미지이고, 용기 있는 자들에게는 기회이다.”라고요. 지난 4년은 고려대학교의 미래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 대학교 총장들이 모여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부총장의 발표에서 ‘대학 4.0’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대학 1.0’은 학자를 키워내는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같은 도제식 교육을 합니다. 그 후 강의실에서 교과서로 수업하는 전통적인 개념으로 20세기 들어 ‘대학 2.0’으로 바뀝니다. 이때부터는 학생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키웁니다. 이어 ‘대학 3.0’은 20세기 후반 들어 누구나 다 고등교육의 수혜를 입어야 한다는 교육의 보편적 가치입니다. 유럽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의 행위가 여기에 속합니다. 그리고 이제 ‘대학 4.0’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네트워크로 새로운 형태의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유니버시티 4.0’을 얘기하는데,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의 기능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말씀 같은데요. ‘유니버시티 4.0’ 시대의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과거에는 대학교에 오면 가장 첨단이면서도 최고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크(MOOC)와 같은 온라인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강의를 보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수와 학생이 교육 현장에서 서로 얼굴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영화나 TV를 보면서 멋진 여행지를 보면 직접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요. 만나서 얘기하고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교의 역할이라는 것은 결국 교수들이 아는 지식을 전수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서로 자극받고 서로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런 가운데 서로 풀지 못했던 과정들을 함께 풀어가는 ‘지적 훈련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미국에선 미네르바대학교, 싱귤레러티대학교가 하버드나 스탠퍼드보다 더 들어가기 힘듭니다. 고등학교는 대안학교가 있는데 대학은 왜 대안학교가 없을까요? 앞으로 자신이 나온 대학 졸업장의 가치는 10년도 유효하지 않을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업에서도 어떤 인재를 뽑을까요? 대학교는 앞으로 지식의 어뮤즈먼트 파크(Amusement Park), 즉 지식의 놀이동산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학교 안에 무엇이든 만들어 보고 직접 시도해 볼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나, 파이빌 등을 만든 것도 이런 측면입니다.

▲'개척하는 지성을 키우기 위한 지난 4년간의 교육혁신'을 주제로 개최된 '제8차 KU 대학교육포럼 2020'

4차 산업혁명에 의해 대학의 역할이 달라지는 것만큼,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과거와는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개척하는 지성’에게 필요한 능력 또한 기존의 지적 능력과는 매우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맞습니다. 지식에는 형식지와 암묵지 이렇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형식지는 20세기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AI와 컴퓨터가 습득할 수 있는 것이 ‘형식지’입니다. 예전에는 많이 아는 사람이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앞으로는 인재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지식을 전수받아 지식인이 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지혜를 통해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이처럼 지식과 지혜는 다릅니다. 20세기가 지식이 필요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마찬가지로 20세기가 ‘형식지’가 필요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암묵지’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암묵지는 지식을 체화시켜 더 복잡하게 구조화하고 더 나은 통찰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암묵지는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열정을 갖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훈련을 통해 암묵지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형식지’보다 ‘암묵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학에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대학은 학생에게 지식을 직접 주입하기보다, 지식의 근육을 단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창의적인 지식을 키우는 역할을 대학교에서 해줘야 하겠죠. 하지만 여전히 대학의 시스템은 20세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공필수학점 80학점 이상, 졸업학점 130학점 이런 것은 지난 20세기 모델입니다. 프린스턴대학교의 학부 졸업학점은 100학점이 안 되고 전공 7과목만 들으면 그 전공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합니다. 전문과정은 대학원 석사 정도에서 가르쳐도 됩니다. 학부생 때는 생각하는 능력,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교양과목의 내용과 방식에도 크게 변화를 주었습니다. ‘자유·정의·진리’ 수업의 경우 1학년들은 모두 필수적으로 1년 동안 참여하는 교양수업인데요. 학생들은 수업 전에 50분짜리 동영상을 먼저 보고, 그 내용을 토대로 대형 강의실에서 1차 토론을 합니다. 

 

그런 다음 20명씩 쪼개 심층 토론을 하고, 이어 5명씩 그룹을 이뤄 주어진 프로젝트를 준비해 발표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보통 한 학기에 7개 내외의 주제를 다루게 되는데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그동안 진리라고 생각해 왔던 것, 그것이 진짜 진리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보고 토론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런 토론식 수업에 최적화되어있는 SK 미래관도 2019년도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습니다. SK 미래관에는 기존의 정형화된 강의실은 하나도 없습니다. 강의실 대신에 111개의 세미나실이 있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이런저런 사색도 할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총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대학 교육의 변화 못지않게 입시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성공이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고려대학교는 입학생의 85%를 심층 면접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수능에서 몇 개 틀렸냐 하는 것보다 고등학교 3년간 무엇을 했나를 보는 겁니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저도 이전에 수능 사회과목을 풀어봤는데 문제를 이리저리 꼬아놓다 보니 절반밖에 맞추지 못했습니다. 이런 시험을 잘 치는게 무슨 대단한 능력입니까. 그래서 저희는 서류면접에 해당하는 종합심사를 통해 한 학생에 대해 입학사정관 6명이 꼼꼼히 학생종합부를 검토해서 3배수에서 5배수를 선발한 뒤 한 학생당 15~30분 정도를 4명의 교수님과 입학사정관들이 심층적으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면접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21세기에 맞는 개혁일 겁니다. 수험생 학부모님들께도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교육받던 시절, 30년 전 생각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전히 부모님들은 20세기의 낡은 성공 방정식으로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21세기를 쳐다보는 우를 범하고 있어요. 로스쿨에 가면 모두 성공하는 줄 알거나, 대기업에 들어가면 평생이 보장될 거란 생각, 의사는 밥 굶을 일 없다는 공식 등은 이미 깨진 지 오래인데 말입니다.

총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20세기의 낡은 성공 방정식으로 21세기를 풀어가려 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새롭게 문제를 풀어보려고 할 때 독창적인 발상이 가능해지는데 집단적인 가치나 정답을 맞히도록 교육받은 사람이 자신만의 생각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 출장 중에 흥미로운 문구를 발견했어요. ‘목소리가 돼라. 메아리가 되지 말고(Be a voice, not an echo)’라는 문구인데, 요즘 젊은이들에게 주는 충고인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목소리(voice)가 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는 첫 번째로 항상 의문을 제기하는 훈련과 반성적 사고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다음으로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두고 몰입하라고 말합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일반적인 과학자보다 노벨상 수상자의 경우에 예술 활동에 관여하는 확률이 훨씬 높았다고 합니다. 또한 오랜 기간 이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오랜 시간 생각을 가다듬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지속하면서 결국은 그것을 이루어 낼 때 독창성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변 동료들로부터 자신의 아이디어나 생각에 대해 많은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끝까지 붙들고 성공을 이루려고 하는 끈기가 독창성을 완성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총장님 말씀을 들으니, 개척하는 지성에게 요구되는 덕목들은 얼핏 개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학부모님들께 이런 말씀을 자주 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넓게 보고, 새로운 경험을 해서 시야를 넓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요. 20세기 모델인 명문대학, 대기업 등과 같은 조직에 기대어 사는 전통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또, 학생들은 시간과 공간의 확장능력이 필요합니다. 눈앞에 닥친 현실만 보고 달려가면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실패하기 쉬워요. 현시점이 아니고 과거와 미래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지할 수 있어야 해요.

“훌륭한 아이스하키 선수는 퍽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위대한 아이스하키 선수는 퍽이 향하는 곳으로 달려간다”고 합니다. 21세기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고 달려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 모든 사람들이 이미 경험한 20세기 방식으로 노력하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틀에 박힌 것, 정형화된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길 바랍니다.

 

 

 


개척하는 지성(21세기 뉴 노멀 사회의 도전)

염재호 저

나남출판사(2018.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