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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샘에서 우정의 물을 긷다
  • 글쓴이 : 고대TODAY
  • 조회 : 163
  • 일 자 : 2018-12-05


KU News Pick
봉사의 샘에서 우정의 물을 긷다
고려대 사회봉사단 이예주, 최수현, 김지현, 박하빈, 정지인

 


(왼쪽부터) 최수현(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14), 정지인(국제학부 15), 박하빈(서어서문학과 16), 이예주(간호학과 15), 김지현(간호학과 16)

봉사에도 ‘속도’라는 게 있다. 돕는 즉시 효과를 볼 수 것들이 있는가 하면, 먼 미래에 이르러야 비로소 성과가 나타나는 것들도 있다. 지난 8월 우즈베키스탄에서 그들이 하고 온 건 ‘느린 봉사’에 속한다. 창단 10주년을 기념해, 속절없이 오염된 아랄해에 ‘환경’과 ‘생태’라는 화두를 던지고 온 고려대 사회 봉사단 학생들. 지금 쏘아올린 그들의 별이, 지구의 미래에 먼저 가서 환한 불빛을 밝혀놓을 것이다.

타국에 쏘아 올린 ‘환경생태’의 별

▲아랄해 주변 이동 중 사회봉사단원들 단체사진

‘좋은 것’은 힘이 세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함께 하고 나면, 나빴던 상황이나 힘겨웠던 순간조차 아름다운 찰나로 기억되곤 한다. 좋은 추억의 상당수는 그렇게, 좋은 것들이 나쁜 것들을 ‘덮어쓰기’하며 탄생한다. 하물며 청춘이다. 한꺼번에 장염이 걸려 다 같이 고생했던 그들은 미치도록 고통스러웠던 그 때를 ‘함께여서 유쾌했던’ 시간으로 회고한다. 머나먼 나라에서 봉사활동을 같이 하며,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무지갯빛으로 물들이고 온 학생들.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평범함을 뛰어넘는 유대감이 가득하다.


“아랄해 가는 길이 온통 사막이에요. 지프차를 나눠 타고 험난한 오프로드를 왕복 10시간 넘게 달렸어요. 길이 하도 험해서 엉덩이가 의자에 가만히 붙어있을 틈이 없었죠. 가뜩이나 장염으로 고생하던 상황이라, 화장실도 없는 비포장도로를 끝없이 달리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동시에 아주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어요.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이야기’밖에 없었거든요. 각자의 꿈이며 각자의 새내기시절 이야기를 덜컹대는 차 안에서 도란도란 나눴어요. 가장 힘든 시간에 가장 행복한 추억을 나누게 됐죠.”

▲현지인들의 열띤 호응을 얻어낸 우즈베키스탄 환경보건 컨퍼런스



▲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어린이와 함께


아랄해 환경생태보건 탐사는 고려대학교 사회봉사단 창단 10주년을 기념해, 학교가 지원하고 단원들이 스스로 개발한 하계 해외봉사 프로그램이다. 우즈베키스탄 아랄해는 전 세계 환경문제(사막화, 환경 및 식수 오염, 질병유발 등)의 대표사례로 줄곧 지적돼온 곳이다. 카자흐스탄과의 국경에 위치한 이곳은 한 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으나, 1960년 소련 정부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두 곳의 댐을 짓고 물길을 바꾸면서 현재 전체 수량의 90%가 줄어든 상태다. 고려대사회봉사단은 아랄해 고갈로 인한 환경 생태보건의 문제를 직시하고, 현지 학생들과 그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5개 지역 순회 컨퍼런스’를 직접 기획했다. 지난 8월 14일부터 26일까지, 타슈겐트부터 아랄해에 이르는 1,600km의 환경생태보건 탐사가 그렇게 시작됐다.

“환경을 주제로 한 봉사는 ‘노력 봉사’가 대부분이에요. 직접 땀을 흘려 환경을 복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하지만 우린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어요. 우즈베키스탄은 GDP가 매우 낮은 나라잖아요. 아랄해에서 나는 천연가스를 세계의 기업들이 무작위로 추출해가도, 그곳의 주민들은 당장의 수입 때문에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아요. 그 나라 학생들의 관심도 환경이 아닌 경제에 집중돼 있고요. 이럴 때 우리가 가서, 환경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었어요. 그들 스스로 그들의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첫 걸음이 돼주는 것. 그것이 노력봉사 대신 컨퍼런스를 선택한 이유예요.”

▲사회봉사단은 타슈켄트에서 누쿠스까지 왕복 3200km를 이동하며 토론 대장정을 진행했다.


컨퍼런스는 성장을 싣고

탐사대원은 고려대사회봉사단 기획진 5명과 일반학우 16명으로 구성됐다. 탐사대의 이름은 KUARA(KU와 ARAL의 합성어). 21명의 대원들을 4개 팀으로 나누고, 팀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컨퍼런스를 준비했다. 박하빈 학생(서어서문학과 16)과 최수현 학생(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14)과 김지현 학생(간호학과16)은 각각 2팀과 3팀과 4팀의 ‘리더’로 활약했다. 이예주 학생(간호학과 15)은 탐사대 전체를 이끈 ‘총책’이었고, 개인사정으로 함께 떠나지 못했던 정지인 학생(국제학부 15)은 국내에서 그들을 응원한 ‘조력자’였다.

“출국 전에 네 번의 워크숍을 하고 떠났는데도, 막상 현지에 도착하니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 덕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다섯 번의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동안, 실수도 점점 줄고 진행도 갈수록 발전했거든요. 함께 성장해가는 기쁨을 톡톡히 느끼고 왔어요.”

타슈켄트에서 열린 1차 컨퍼런스를 그들은 ‘암흑’으로 표현한다. 애초 타슈켄트 경제대학에서 발표하기로 협약돼있던 상황에서, 이틀 전 튜린 공과대학으로 급하게 장소가 변경됐다. 홍보가 되지 않아 학생들은 10명도 채 모이지 않았고, 그 학교의 석·박사들은 ‘환경’에 대한 이슈가 아닌 자신들의 논문으로 발표를 대신했다. 통역문제도 원활치 않았다.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듯했다.

 

 


 


▲우즈베키스탄 현지 학생들과 컨퍼런스는 물론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며 소통한 사회봉사단.


“밤새워 문제점들을 수정했어요. 이튿날 사마르칸트 KOICA직업훈련원에서 2차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새벽 3시까지 수정하고 새벽 5시에 길을 나설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갖췄죠. 다행히 2차 때는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한국어를 배우신 분들도 많고 한국에 우호적인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열렬한 호응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더라고요. 튜린 공과대학에서 진행하지 못했던 공연도 이곳에서 처음 시도했어요. 여자 K팝, 남자 K팝, 바이올린 솔로, 가요 듀엣, 탈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해갔거든요. 우리의 공연이 끝난 뒤 우즈베키스탄 전통음악에 맞춰 함께 춤추는 시간도 가졌어요. 비로소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우르겐치 호국회관에서 열린 4차 컨퍼런스 때도 장소가 급히 변경됐다. 하지만 21명의 탐사대원은 더 이상 허둥대지 않았다. 팀 별로 개인별로 업무를 세분화하니 갑작스런 장소 변경에도 발표준비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컨퍼런스가 안정을 찾기 시작한 뒤에도, 대원들은 새벽까지 회의와 수정을 거듭했다. ‘그들의 흥미를 어떻게 끌어야 할까,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해줘야 할까.’ 매순간 그것만을 생각했다. 그 결과 누쿠스 의과대학교에서 열린 마지막 컨퍼런스에선 ‘화려한 대미’를 장식할 수 있었다. 우리도 우리지만, 누쿠스 의과대학 쪽 발표와 공연도 매우 훌륭했다. 성공적인 그날의 컨퍼런스는 그 지역 방송사 뉴스에 방송됐다.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5차 컨퍼런스를 앞두고 아랄해에 다녀왔어요. 직접 만난 그곳은 정말 참혹하더라고요. 악취가 진동을 하고 죽은 벌레들이 둥둥 떠다녔죠. 배 무덤도 갔어요. 과거 바다였던 곳이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배의 무덤이 된거예요. 환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가슴으로 와 닿는 순간이었어요.”


▲아랄해 근처 과거 바다였던 곳이 사막화가 진행되어 생긴 배 무덤


바다는 한없이 작아졌지만 별은 끝없이 펼쳐졌다. 아랄해 인근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그들은 함께 바라봤다. 숙소 옥상의 테라스에 나란히 누워, 아이유의 <밤 편지>를 같이 듣던 날. 그날 밤도 하늘에 별이 빼곡했다. 같이 울고 같이 웃던 모든 순간이, 그들의 뇌리엔 한 편의 ‘뮤직비디오’로 남아있다.

“요샌 성북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함께, 격주 토요일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이름이 ‘무지개학교’예요. 좋은 일을 좋은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어떤 우정은 봉사로 깊어진다. 예쁘니까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