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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스승,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주간 열려)
  • 글쓴이 : 커뮤니케이션팀
  • 조회 : 3725
  • 일 자 : 2020-11-17


<백년의 詩, 천년의 文化> 스승, 조지훈을 기억하다
고려대,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주간 열어

미발간 시집 「지훈시초」 및 재직시 품고다닌 사퇴이유서 최초 공개

‘조지훈 열람실’ 개소 및 특별전 ‘빛을 찾아가는 길, 나빌네라 지훈의 100년’ 개막

 

 

image_조지훈

 


고려대는 조지훈(1920~1968)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11월 둘째 주를 ‘지훈 주간’으로 선포하여 조지훈 선생의 뜻을 기리며 보냈다.


조지훈 선생은 한국을 대표하는 지사이자 문사로 존경받았으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려대학교 교가와 호상, 4·18기념비 비문을 작성했다.


선생께서 재직했던 고려대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민족문화연구원(제1대 민족문화연구소장 역임), 사후 유품과 도서를 기증받은 박물관, 도서관, 의료원이 함께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선생의 전인적 풍모가 드러나고 이를 통해 고려대 구성원들과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소망하는 시민들이 우리 시대의 올바른 방향성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지훈 주간’이 시작되는 11월 9일(월)에는 ‘조지훈 열람실’ 개소식을 비롯해 고려대 박물관 특별전시회 ‘빛을 찾아가는 길, 나빌네라 지훈의 100년’ 개막식이 열렸다. 

 

조지훈 열람실’ 개소식을

조지훈 열람실’ 개소식을

조지훈 열람실’ 개소식을

 


도서관은 조지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선생의 기증 자료 1,200책과 저술 자료 10종을 집적하고 관련 시집을 전시하는 ‘조지훈 열람실’을 조성하여 조지훈의 문학을 감상하고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도서관 속의 작은 도서관인 ‘조지훈 열람실’을 항구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개소식은 오전 10시 40분 고려대 중앙도서관 4층에서 열렸다. 조지훈 열람실은 중앙도서관 4층, 자료보존·복원실 401B호에 마련됐다. 홍일식 전 총장, 석영중 도서관장, 조지훈 시인의 유족 등은 조지훈 시인의 글씨체로 제작된 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열람실 내부 서가의 유리 액자 안에는 조지훈 선생의 첫 번째 시집, 마지막 시집과 더불어 <승무(1939)>등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서가의 맨 오른 편에는 8권의 귀중서가 보관되어 있다. 이 공간에서는 누구나 보관된 자료의 열람이 가능하다.


이어서 오전 11시 백주년기념삼성관 특별전시실에서는 <빛을 찾아가는 길 나빌네라, 지훈의 100년> 특별전의 개막식이 열렸다. 박물관은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조지훈 선생의 친필원고, 도서, 생활유물 등 유품을 통해 조지훈 선생의 생애 전반을 돌아보고 선생이 남긴 유산을 오늘에 되새기는 특별전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지훈 시인의 유족들과 정진택 총장, 홍일식 전 총장, 강제훈 박물관장, 석영중 도서관장, 이형대 문과대학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김상덕 학예부장은 “이번 특별전이 박물관 행사 상 역대 최대 규모가 될 뻔 했으나,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참석 인원을 제한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2002년 백주년 기념관의 건립과 함께 전시를 기획하면서, 고려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조지훈 선생을 떠올렸고 2003년에 유족들을 만나 유품을 기증받아 이번 특별전 열게 되었다”라며 조지훈 특별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진택 총장은 “고려대와 함께하신 조지훈 선생을 기념할 수 있어서 기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고려대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개최하게 되어 가슴 벅찬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조지훈 선생은 시인이자 민족문화학을 연구하신 학자이며, 4·18의거 등을 통해 행동하는 지성의 표본을 보여주었다”라며, “아름다운 시와 노래, 사회를 향한 직언들이 먼 훗날까지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전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기념품 증정식에 앞서 강제훈 박물관장은 “정말 특별한 기념품을 준비하고 싶었다”라며 조지훈 시인이 생전에 마지막까지 보관하고 있었던 ‘지훈시초’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기념품을 선보였다. 그는 “작은 책이지만 애정과 존경을 최대한 표현한 것”이라며, 시집으로 발행되지 못한 진짜 원고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특히, 이번 특별전에서는 조지훈 선생이 직접 육필로 쓰고 모아놓은 미발간 시집 「지훈시초」가 공개되는 등 우리나라 시문학과 한국학 연구에 초석을 놓은 선생의 귀중한 자료를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유족 대표 조태열 전 외교부 차관은 “다양한 행사가 아버님의 발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고려대학교에서 진행되어 기쁘다”라며 “지훈시초가 책으로 발간된 것은 오늘이 처음인데, 어렸을 때 여러 번 본 기억이 있다”라며 “사랑방 서재에 아버님을 모시고 있는 것 같다”라고 감회를 드러냈다.


이어 박유민 학예사의 설명과 함께 전시 관람 행사가 진행됐다. 전시실 1층에는 박각순 화백의 그림인 <조지훈 초상>과, 조지훈 시인의 시구를 이정표로 표현한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지하 1층 전시실은 조지훈 시인의 시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무르녹는 옛 향기’, ‘이슬에 함초롬 젖은 풀잎’등 8개의 코너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 곳곳에는 조지훈 시인을 상징하는 대표적 유물인 두루마기와 담배, 펜 등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또한 유족들에게 기증받은 총 770여 점의 유물 중 430여 점에 해당하는 육필원고와 시작노트, 시집의 일부와 1943년경 제작이 추정되는 ‘지훈시초’의 원본이 보관돼 있다. “지훈시초는 31편의 시가 실려 있으나, 청록집이 출간되면서 세상에 나오지 못한 원고”라고 박유민 학예사는 설명했다. 특별전은 고려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11월 9일부터 2021년 3월 20일까지 열린다.

 

 

우리가 기억하는 스승, 조지훈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강연 및 추모 좌담회

 

 

11월 11일(수) 오후 2시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는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 강연 및 추모 좌담회’가 열렸다. 조지훈 선생의 시 세계와 학문 세계에 대한 학부생들의 심층적 이해를 돕기 위해 추모시를 낭송하고 조지훈 선생에게 직접 배운 제자들을 초청하여 선생을 추모하는 좌담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지키며 진행됐고, 국어국문학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하여 코로나로 현장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형대 문과대학장은 탁월한 시인인 동시에 학계의 큰 지성이었던 조지훈 시인은 척박한 학문적 풍토와 혼란한 정치상황 속에서도 민족문화에 주목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체계화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조지훈의 업적을 돌아봤다. 이익의 실현, 작은 자아의 완성에 머무르지 말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이타적 삶을 실현하라는 조지훈의 뜻과 그의 삶이 본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지혜롭고 슬기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유족 대표로 참가한 조태열 전 유엔 대사는 이번 자리를 마련한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어려서부터 보고 들은 선친과 제자들 간의 열린 소통과 따뜻하고 특별한 관계가 사제 관계의 전범과도 같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오늘 행사에서 각별했던 제자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이 세상을 사는 지혜를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추모좌담회_오탁번 명예교수

추모좌담회

추모좌담회

추모좌담회

 

 

본교 명예교수인 오탁번 시인의 조지훈 추모 시 낭송으로 1부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춘설>과 <지훈유감> 시를 낭송하고 조지훈에 대한 추억을 나눴다. 이어 이경수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흔히 청록파 시인으로 기억되는 조지훈의 시세계를 ‘정지용, 김수영과 겹쳐 읽는 새로운 시각을 주제로, 진정한 보수의 정신이 훼손된 오늘날 우리를 되돌아보고 잃어버린 가치와 정신을 회복할 필요성을 촉구하는 조지훈의 시의 가치를 조명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이재복 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는 조지훈 학문 세계의 해석 원리와 지적 형상을 중심으로 보는 전통의 발견과 국학의 탄생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에서 이 교수는 조지훈이 과거의 전통을 수정하고 보완해 학문적 체계를 정립했듯, 그의 넓고 심원한 학문의 세계를 수정, 보완하여 보다 발전된 형식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전했다.


2부는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인 홍일식, 김흥규, 최동호 등 세 좌담자와 함께하는 추모 좌담회 순서였다. <조지훈 선생을 기억하며> 라는 제목대로 좌담회는 조지훈 선생과 세 제자들의 추억 이야기가 꽃피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전 총장을 지낸 홍일식 명예교수는 조지훈 선생의 결연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을 대학 시절 구체적 일화와 함께 재미있게 풀어냈다. 재능, 교양, 인품 세 가지를 고루 갖춘 분이셨다며 ‘호방한가 하면 섬세하고, 멋있는가 하면 부지런하고 소탈한가 하면 근엄하며 정사와 시비, 선악과 미추를 판별하는 데에 아주 엄격하고 주관 있는 큰 인격자’였다는 찬사를 전했다. 최동호 교수는 당시 전국적 명성을 떨친 조지훈 선생의 입지를 설명하며 외적인 아우라부터 삶의 행보까지 거대한 인물로 느껴졌던 선생을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통금 시간 때문에 집에 찾아온 제자를 옆에 재운 따뜻한 인품을 가진 진짜 ‘스승’이었다는 이야기는 청중에 감동을 안겼다. 김흥규 교수는 선생의 시험 문제에 압도됐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건강 악화로 인해 강의를 많이 듣지 못했음에도 학생들에 큰 여운을 남긴 교수로서의 조지훈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한, 민족문화연구원 위원장으로서의 업적을 기렸다.


마지막 순서는 조지훈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출판한 <조지훈 연구 2> 출판기념식이었다.  1978년 조지훈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출간된  「조지훈연구」의 연장선에서 그 이후 발표된 조지훈 문학 및 민족문화학에 대한 연구 논문들 중에서 우수한 성과를 모은 편서이다. 홍일식 전 총장이 좌담회에 이어 축사를 맡았다. 업적에만 국한되지 말고 조지훈 선생이 남긴 문장을 살피며 무엇을 상상하고 생각했는가를 초점으로 두고 이를 연구하고 재구성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윤인진 고려대 출판문화원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이번 작업 과정에서 오랜 학문적 성과를 책으로 출판하는 출판문화원의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고 밝혔다. 오형엽 국어국문학과장이 편찬 경위를 밝히며 지성인의 소명을 다했던 참스승 조지훈을 돌아보는 이번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조지훈 선생의 삶과 시를 이해하다

조지훈 시 낭송 축제

 

11월 12일(목) 오후 3시 30분부터 고려대 문과대학 서관 202호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100주년 기념 조지훈 시 낭송 축제’가 열렸다. 조지훈 선생의 생애를 되짚어보며 주요 작품을 고려대 학생들의 시 낭송과 감상,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 공연으로 진행하는 축제이다. 생애와 작품 해설을 곁들여 조지훈 선생의 삶과 시의 이해를 돕는다.

 

이형대 문과대학장은 “이 행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조지훈 시인이 살아있는 선생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시는 움직임, 소리의 파장, 청각적 율동 등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에, 시를 소리 내어 읽을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번 낭송회를 통해 조지훈 선생의 작품에 담긴 위대한 정신, 진리와 지혜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낭송회의 의미를 되새겼다.

 

시낭송 축제

시낭송 축제

시낭송 축제

시낭송 축제

시낭송 축제

 


이 행사에는 조지훈 선생의 3남인 조태열 전 UN 대사 또한 참여했다. 조태열 씨는 “아버지의 시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라며 낭송회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학생들은 조지훈 선생의 생애를 따라 시를 낭송하고 자신만의 감상을 밝혔다. 등단작 <고풍의상>을 시작으로 대표작 <승무>, 월정사에서 가승 노릇을 하며 깊은 성찰 속에서 창작한 <산방>, 일제강점기에 낙향하여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관조하는 지혜를 표현한 <낙화> 낭송을 끝으로 1부를 마쳤다.


2부 시작 전, 전언호 학생(국어국문19)은 조지훈 선생의 <사모>에 직접 작곡한 음을 붙여 공연했다. 조태열 씨는 “아버님의 작품이 대중가요로 불린 적이 거의 없어,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대중화의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를 표했다.


2부에서는 조지훈 선생의 후기 시를 다루었으며, 특히 선생이 직면했던 사회적, 개인적 아픔에 대한 시도 포함됐다. 이도훈 학생(국어국문 16)은 조지훈 선생이 고려대 제자들을 위해 창작한 호상비문을 낭송하였으며, 대학 생활의 추억, 설렘, 낭만이 떠오른다며 소감을 밝혔다. 2부는 6.25 전쟁의 잔혹함을 그린 <다부원에서>, 4.18의거에 대한 내용인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그리고 자신의 병을 담담하게 표현한 시이자 유작인 <병에게>를 돌아보고 선생의 정신을 기리며 마무리됐다.


끝으로 이 행사를 기획한 국어국문학과 김종훈 교수는 “<완화삼> 속 고독한 조지훈 선생에게 박목월 선생의 응답이 존재했듯, 이번 행사도 한 시대의 외경의 대상으로써 고독한 조지훈 선생에게 응답하는 뜻깊은 행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
“조지훈 선생의 학문적 발자취를 살펴보다.”

 

 

지훈주간 마지막 날인 11월 13일(금) 오후 1시부터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는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라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자들을 위한 인문학 축제이자 조지훈 문학 세계를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탐색하기 위해 시, 시론, 지성사, 민족문화, 역사학 등 다섯 분야에서 다섯 연사의 발표 및 토론, 종합토론으로 구성됐다.

 

행사에 참석한 정진택 총장은 “조지훈 선생님의 빛나는 업적이 역사와 전통으로만 남지 않고 앞으로의 사상적, 문화적 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축사를 전했다. 이번 행사는 발표자가 30분간 발제를 한 후, 지정 토론자가 발제문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탄생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

탄생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

탄생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

탄생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

탄생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

탄생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

탄생100주년 기념 인문학 축제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창과 교수의 <고전적 미의식과 역사적 대응력 – 조지훈론>을 시작으로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발표에서 홍 교수는 조지훈 시에서 드러나는 고전적 미의식이 현실 변혁의 실천적 의지로 전이되는 내적 과정을 추적했다. 조지훈 선생의 대표작은 <승무>, <봉황수> 등으로 전통 지향적 미의식을 다룬 작품인데, 이러한 전통성이 어떻게 현실 속 실천 의지로 변화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조지훈 선생의 시간 의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현재와 미래는 오랜 과거의 역사 속에서 추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전적 미의식 또한 현재와 미래로 향하므로 조지훈 선생은 과거의 소리에 응답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실천 의지를 필요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여태천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벤야민의 시간 의식을 통해 주로 조지훈 시 세계에서 양분된 것으로 평가되었던 고전 의식과 참여 의식을 하나의 흐름으로 평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조지훈 문학의 원류와 시론의 방향 – 매체와 창작 흐름과 관련하여>를 발표하여 조지훈 시 세계의 흐름을 설명했다. 선생은 한국사의 격변 속, 시대의 소용돌이에 크게 공감했지만, 시 세계에서만큼은 일관된 성격을 유지했다는 내용이다. 선생은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한 서정시, 생명시를 노래하였으며 ‘언어’를 시 창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번 발표에 대해 김종훈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시대적 맥락과 당대의 매체를 짚으며, 조지훈 선생의 창작 세계를 분석함으로써 종합적 맥락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세 번째 순서 <전후 지식인 사회와 조지훈의 위치>에서는 지성사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건우 대전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는 조지훈을 단순히 ‘민족주의자’라고만 언급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당시 민족주의의 맥락을 해석하고 해방 후 20년간 그가 남긴 생각들을 추적했다. 조강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당대의 조지훈 선생이 서 있던 지형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관찰되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조지훈 선생이 말하는 ‘민족’의 핵심 범주는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 번째 순서로는 <1964년의 조지훈과 민족문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고지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조지훈 선생의 민족문화를 학술사적 맥락에서 들여다보고자 한다."며 1964년 조지훈의 학술활동에 내재된 공통적 의미 체계를 정리하고, 1960년대 담론장과 어떻게 조우하는지를 살폈다. 김준현 성신여대 문화내러티브전공 교수는 “조지훈 선생의 작품 활동 성과와 같은 것들이 아직 좌표화가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조지훈 선생의 위치 정립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다섯 번째 순서인 <조지훈의 한국사 연구 : 민족 정신사 수립의 길>에서는 역사학에 대한 논의가 전개됐다. 조형열 동아대 사학과 교수는 조지훈 선생의 연구의 핵심이 정신사학에 있다고 밝히며 신칸트학파의 영향 아래 조지훈이 어떻게 한국사를 바라보았는지 살펴보고, 그의 한국사 연구의 의미를 되짚었다. 허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조지훈을 역사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조지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지훈이 살아있었다면 대면할 수밖에 없는 타계 이후의 상황 속에 조지훈을 놓고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지훈 선생이 늘 품고 다녔던 사퇴이유서 기증돼

한일협정 반대로 내려진 무기한 휴업령, 제자들 위해 내린 결단의 징표

 

 

한편, 이번 지훈 기간 동안 조지훈 선생이 고려대 재직시 늘 품고 다녔던 사퇴이유서가 공개됐다.

 

이번 지훈 기간의 각종 행사들에 참석한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평소 조지훈 선생께서 늘 품에 지니고 다녔던 사퇴이유서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사퇴이유서’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글에서 조지훈 선생은 “고려대에 재직하며 미력하나마 기여를 했을 뿐 징계를 받을 과오를 받은 일은 없었다.”고 서두를 열며 고려대에 내려진 휴업령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하루 빨리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글이 쓰여진 시점이 정확히 기록되어 있지는 않으나 본문의 ‘휴업령’이라는 단어에서 1965년으로 유추할 수 있다. 조지훈 선생이 고려대에 재직한 기간 중 1965년 정부는 고려대와 연세대에 무기한 휴업령을 선포하게 된다.

 

그 해 4월 한일협정이 가조인되면서 고려대 학생운동 단체들은 여러 대학과 시내 한일협정 반대투쟁 시위를 계획했다. 4월 13일에는 2천여 명의 고려대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했고, 6월 18일부턴 연속적인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결국 6월 22일 한일협정이 정식 조인됨에 따라 고대생들은 한일협정비준 반대와 무효화 시위를 잇달아 벌였다. 연일 계속된 시위에 정부는 시위대 진압 명목으로 8월 무장군인을 대학에 투입하고 9월 6일부터 고려대와 연세대에 무기휴업령을 내려진다.

 

한일협정비준에 대한 반대로 인해 고려대에 내려진 무기한 휴업령으로 인해 당시 ‘학생들의 저항을 부추기는 정치교수’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조지훈 선생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사직이라고 판단, 늘 품에 간직하며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퇴이유서

 

사퇴이유서

고려대학교에 재직한 만 18년 동안 본인은 미력이나마 기여하여 왔을 뿐 징계받을 과오를 범한 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본인은 경중을 불문하고 어떠한 징계도 고려대학교로부터 받을 수는 없으므로 스스로 물러나기로 하였다. 이는 고려대학교에 내리워진 휴업령의 철회가 본인을 제물로 요구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학생들로 하여금 하루 빨리 공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이기 때문이다.

 

 

조지훈 선생은 홍일식 전 총장의 석사과정 지도교수였다. 그 인연으로 홍일식 총장은 조지훈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며 후에 조지훈 선생이 제1대 소장(당시는 민족문화연구소)을 역임한 민족문화연구원까지도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1968년 조지훈 선생 타계 후 후학들이 스승의 연구실을 정리하던 중에 발견된 ‘사퇴이유서’를 홍일식 전 총장이 지금껏 간직해오고 있었다.

 

홍일식 전 총장은 “선생님의 사퇴이유서에는 학생들을 위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사퇴이고, 언제든 떠나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담겨있다.”고 말하며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 가쁜 호흡 속에서도 『한국문화사대계』를 꼭 완간해야 한다고 하시며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 사람이 고려대를 와서 봐야 한국을 알게 되고, 고려대를 찾아오는 사람이 우리 민적문화연구원을 와서 봐야 한국과 고려대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고 하셨던 말씀을 늘 기억한다. 눈을 감기 전까지도 대학과 학문을 걱정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밖에도 조지훈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에 영양군에서 열린 ‘기념포럼’과 11월 고려대에서 열리는 ‘기념 강연 및 추모 좌담회’, 11월 13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기념 인문학 축제’에서 발표된 발표문과 토론문들을 모아 유족 및 제자들의 추모 산문을 수록한 편서 <조지훈 탄생 100주년 기념 논문집>이 2021년 2월 출판될 예정이다.


또한 세계 시인 동상 공원을 조성 중인 우크라이나 키예프 식물원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는 조지훈 동상 건립을 추진하여 현재 건립이 진행 중으로, 2021년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기사작성 : 커뮤니케이션팀 서민경(smk920@korea.ac.kr), 학생홍보기자 이소희(미디어학부 18, soheeluv@naver.com), 윤예원(영어영문학과 18, april4714@korea.ac.kr), 이채연(독어독문학과 18, lcycsh@korea.ac.kr)

사진촬영 : 커뮤니케이션팀 김나윤(nayoonkim@korea.ac.kr), 학생사진기자 김태기(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14, livecream95@korea.ac.kr), 정재현(지리교육과  13, daniel231593@korea.ac.kr), 이원규(환경생태공학부 15, eric300@naver.com)